비정규직 지원책 '공정수당', 노동계
정부가 비정규직 고용 불안정 완화를 위해 공공부문에 도입하기로 한 '공정수당' 정책이 노동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비정규직 단체와 양대 노총은 이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비정규직 구조를 오히려 고착화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공공부문에 도입하기로 한 '공정수당' 정책이 노동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이 제도는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기간제 노동자를 위해 시행했던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고용 불안정에 대한 일종의 위로금 성격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단체와 양대 노총은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수당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공정수당은 비정규직 제도를 구조적으로 고착시키는 시혜적 정책"이라며 정부에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차헌호 공동소집권자는 "차별을 조금 완화한다고 해서 차별 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정리해고제와 파견법 폐지 등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요구했다. 비정규직 단체는 정부가 내놓은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한을 4년으로 확대하는 기간제법 개편과 공정수당 방안이 "이미 구조화되고 있는 평생 비정규직 시대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공정수당의 규모를 보면 정책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1년부터 기간제 노동자에게 지급해온 이 수당은 올해도 2303명에게 30억96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이는 개별 노동자 입장에서 연간 평균 약 134만원 정도의 지원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단체와 노동계는 이 정도 규모의 지원금만으로는 비정규직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양대 노총도 공정수당 발표 당시 환영과 우려를 함께 표했다. 한국노총은 "공공부문이 모범 사용자로서 불공정한 고용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면서도 "수당 신설만으로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시·지속 업무임에도 기간제를 반복 사용하거나 사실상 계속고용관계임에도 퇴직급여와 법적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문제를 언급하며, 전면적인 법적 처우 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사용자로서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상시·지속 업무에 비정규직을 고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정책 방향은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문제의 핵심인 정규직 대책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구체적인 통계는 정책의 한계를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의 33.4%가 9개월 이상 10개월 미만의 계약자인데,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 채용심사제는 9개월 이상 업무를 공무직으로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들을 애초에 공무직으로 정규직화했어야 한다는 의미로, 정부 대책에 공무직 전환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비정규직 단체와 노동계는 공정수당이 비정규직 구조를 고착화하면서 근본적인 정규직화나 고용 안정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얼마나 복잡하고 첨예한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제한된 예산과 행정 범위 내에서 실현 가능한 지원책으로 공정수당을 제시했지만, 노동계는 이것이 근본적 변화를 외면한 채 비정규직 구조를 영구화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 불안정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의도와 노동계의 요구 사이에 더 깊은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