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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후 노사 갈등 전방위 확산…하청·특고직까지 교섭 요구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 등 대기업 노조뿐만 아니라 하청업체와 특수고용직까지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며 노사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 이후 투쟁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이후 노동계의 교섭 요구가 원청과 하청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면 파업에 돌입했으며, 삼성전자 노조도 영업이익의 15%를 상한선 없는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그동안 노조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던 화물기사와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노사 갈등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배경에는 원청과의 임금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진 데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13차례에 걸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조가 요구한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지급, 1인당 3000만 원의 격려금 등에 대해 사측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조합원 약 4000명 중 2500여 명이 파업에 동참 의사를 밝혔으며, 삼성전자 노조는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미 지난달 27일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집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하청업체 노조들도 원청에 성과급 배분을 요구하며 교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하청업체 중 처음으로 피앤에스로지스가 "성과를 함께 만들면서도 하청 노동자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했다. 이들은 SK하이닉스 임직원이 수억 원대의 성과급을 받는 반면 하청업체 근로자에게는 500만~600만 원의 상생장려금만 지급되고 있다며 추가 배분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1091개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 사업장 403곳에 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이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촉발된 현상이다.

그동안 노조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남 진주시 CU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사고가 계기가 되어 화물기사와 택배기사 등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은 개인사업자와 근로자의 경계에 있어 노조 지위를 인정받기 어려웠으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화물연대의 실질적인 노조 지위를 인정하는 취지로 발언하고 노동위원회도 이를 인정하면서 특수고용직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근로자, 프리랜서를 근로자로 추정하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과 현재 2년으로 제한된 기간제 근로자 고용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 이후 노동계의 투쟁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정년연장 등 굵직한 노동 현안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노동계는 하계 투쟁(하투)을 넘어 연중 상시 투쟁 기조로 압박 수위를 높여갈 전망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계는 올해를 넘기면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해 올해 안에 주요 사안을 모두 밀어붙이려고 할 것"이라며 "각 노조의 요구가 예측이 어렵고 위험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부 노동자들의 '과도한 요구'를 비판한 발언도 나왔지만, 삼성전자 노조는 이것이 자신들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대정부 긴장 관계도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