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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혁명의 선구자 크레이그 벤터 별세, 생명과학 역사 바꿔

인간 게놈 해독 경쟁을 주도하고 현대 유전체 분석의 기초를 마련한 과학자 크레이그 벤터가 4월 29일 별세했다. 그가 개발한 '전체 게놈 샷건 시퀀싱' 방법은 오늘날에도 게놈 분석의 핵심 기술로 사용되고 있으며, 합성 생물학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업적을 남겼다.

인간 게놈 해독 경쟁을 주도하고 현대 유전체 분석의 기초를 마련한 세계적 과학자 크레이그 벤터가 4월 29일 향년 79세로 별세했다. 벤터는 1990년대 미국 정부가 주도한 30억 달러 규모의 국제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경쟁하며 상업적으로 인간 게놈 서열을 해독한 것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학계는 그의 업적이 '게놈 전쟁'을 넘어 현대 생명과학 전체를 변혁시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벤터가 설립한 라졸라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JCVI)의 합성생물학자 문태석 박사는 "그는 새로운 염기서열 분석 방법을 개발하고 합성 세포 창조에 도전함으로써 유전체학을 혁신한 진정한 선구자이자 독불장군"이라며 "모든 게놈학 및 합성생물학 연구자들에게 큰 손실"이라고 평가했다. 벤터의 과학적 유산은 단순히 역사적 성과를 넘어 현재 진행 중인 생명과학 연구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벤터의 과학 경력은 학계와 정부 연구소에서 시작되었으며, 자동화된 DNA 염기서열 분석을 이용해 기능성 유전자를 발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1992년 그는 미생물 유전체학자 클레어 프레이저(23년간 그의 배우자였음)와 함께 메릴랜드주 게더스버그에 게놈 연구소(TIGR)를 공동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게놈 과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1995년 팀은 자유생활 생물체인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박테리아의 180만 개 DNA 염기로 이루어진 첫 게놈 서열을 완성했다.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살아있는 생물의 완전한 게놈을 해독한 획기적 성과였다.

벤터와 그의 팀이 개발한 '전체 게놈 샷건 시퀀싱' 방법은 게놈 분석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켰다. 이 방법은 게놈의 짧고 무작위로 선택된 DNA 가닥들을 염기서열 분석한 후 컴퓨터를 이용해 이를 연속적인 게놈 서열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방법보다 빠르고 효율적이었던 이 기술은 오늘날에도 유전체 분석의 핵심 방법론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98년 벤터는 셀레라 지노믹스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하여 이 방법을 31억 개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인간 게놈에 적용했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는 국제인간게놈프로젝트와의 경쟁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벤터의 과학적 기여는 게놈 해독을 넘어 합성 생물학 분야로도 확장되었다. 그는 처음으로 합성 게놈을 가진 생물체를 창조했으며, 세계 일주 항해를 통해 해양 미생물의 다양성을 기록하고 연구했다. 2006년 설립한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게놈학과 합성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연구 거점이 되었다. 벤터의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방식은 비록 일부 과학자들과의 경쟁과 갈등을 낳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생명과학 전체의 발전을 가속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별세로 현대 게놈 과학의 한 시대가 막을 내렸지만, 그가 개발한 방법론과 연구 철학은 앞으로도 수십 년간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