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분기 영업이익 8배 급증, AI 메모리칩 수급난이 견인
삼성전자가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50% 이상 급증했다. AI 데이터센터 붐으로 인한 메모리칩 수급난과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이며,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메모리칩 수요 급증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을 기록적으로 늘렸다. 지난 30일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0% 이상 급증했으며, 이는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매출도 133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 자체 추정치인 57조2000억원과 일치했으며, 2025년 연간 영업이익 목표치인 43조6000억원을 이미 첫 분기에 초과 달성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호조는 무엇보다 반도체 사업의 강세에 기인한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으로 불리는 칩 사업은 1분기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1조원 수준에서 5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칩 사업 매출도 8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성과를 AI 데이터센터 붐으로 인한 메모리칩 수급난과 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AI 인프라 확대에 필요한 메모리칩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 주요 공급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삼성전자의 입지 강화다. HBM은 AI 데이터센터 칩의 핵심 부품으로, 엔비디아 같은 주요 칩메이커들의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메모리 사업이 "제한된 공급 가용성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AI 수요에 대응하며 분기 매출 기록을 경신했으며, 업계 전반의 메모리 가격 상승도 긍정적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월 자사 최신형 HBM4 칩 출하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경쟁사 SK하이닉스보다 약 1년 늦은 것이다. HBM4는 HBM 기술의 6세대 버전으로 현재 가장 첨단 기술이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루빈 아키텍처에 탑재될 주력 AI 메모리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진 삼성전자가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분석가들은 삼성전자가 HBM4에서 개선을 이루었으며, 이전 세대 제품 대비 SK하이닉스와의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칩 사업 강세는 단순히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회사는 실적 발표에서 "2025년 상반기까지 서버 메모리 수요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AI 도입을 지속하고 에이전트 AI 수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향후 몇 분기 동안 삼성전자의 실적 호조가 계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삼성전자의 기록적 실적은 지난해 4분기 성과를 이어가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7조6000억원으로 2018년 3분기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올 1분기는 이를 다시 능가했다. 이는 2018년 메모리칩 수급난으로 인한 호황 이후 약 6년 만에 도달한 새로운 정점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직면한 과제도 있다. 제조업체들이 높은 마진율의 AI 애플리케이션 생산을 우선시하면서 일반 소비자용 전자제품의 메모리칩 공급이 제약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 PC, 게임 콘솔 등 일반 전자제품용 메모리 가격도 상승했는데, 이는 소비자 가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의 성장이 지속되려면 AI 메모리칩 수요의 안정적 공급뿐 아니라,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 해소, 그리고 시장 수요의 장기적 지속성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