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성장성 우려 속 삼성전자 1.8% 상승…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감
오픈AI의 성장성 우려로 미국 반도체주들이 급락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1.8% 상승하며 선방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계약 확대로 과거의 급등락 메모리 사이클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의 구조적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 인공지능 기업 오픈AI의 성장성 부진 뉴스가 글로벌 증시를 흔들었지만, 국내 코스피는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7000선을 바라보고 있다. 29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75% 상승한 6690.9에 거래를 마쳤으며,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1.8% 올라 22만6000원에 마감했다. 이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3~4% 급락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으로, 한국 반도체 업계가 과거의 급등락 사이클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 구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오픈AI가 신규 사용자 수와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막대한 인공지능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부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은 오픈AI가 향후 공격적인 데이터센터 확장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수요 전망을 흐리게 했다. 실제로 미국 반도체주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이크론은 3.9%, AMD는 3.41% 급락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6% 하락해 2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추가로 구글이 반도체 주문제작(ASIC) 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와 직접 계약하는 방향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회자되면서 반도체주 하락폭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한국 반도체 업계는 다른 시각으로 평가받고 있다. 29일 오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공지능 기술의 폭발적 성장으로 과거의 급등락 메모리 시장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외국인들의 반도체주 매도세가 약해졌다. FT는 제조공정이 까다로운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공급 과잉이 발생하기 어렵고, 빅테크 기업들이 선주문 계약을 하면서 수익 구조가 안정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장 초반 21만원대까지 밀렸지만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후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채민숙 연구원은 "인공지능 추론 수요의 고도화로 메모리 사이클은 약 2년 주기로 반복되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핵심이다. 과거에는 메모리 가격이 급등한 후 공급 과잉으로 급락하는 사이클이 반복되었지만, 이제는 빅테크 기업들과의 장기 공급계약이 수익 변동성을 크게 줄이고 있다. 채민숙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들과 맺은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메모리 이익의 변동성은 축소되고 절대 이익은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0.54% 하락했지만, 전반적인 반도체 산업의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형성되어 있다.
향후 시장의 변수는 30일(한국시간) 오전에 공개되는 빅테크들의 1분기 실적과 투자 가이던스다.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가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하는데, 시장의 관심은 영업이익보다 자본적지출(CAPEX)의 수익화 여부와 향후 규모에 집중되어 있다. 이 네 기업은 글로벌 인공지능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며, 이들의 CAPEX를 합치면 6000억달러(약 900조원) 규모로 작은 변화도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업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알파벳의 올해 예상 CAPEX는 1771억달러로 전년 대비 94% 증가하지만, 2027년에는 증가율이 10%로 꺾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주의가 필요하다. 내년 이후 빅테크들의 CAPEX 증가율이 낮아지는 반면,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은 HBM4와 HBM4e 생산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설비 증설이 완료되어 공급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수요까지 약해지면 현재의 메모리 가격 강세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빅테크들의 향후 투자 계획이 한국 반도체 업계의 수익성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