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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쿠팡 동일인 개인 지정…5년 만의 규제 강화 논란

공정거래위원회가 5년 만에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 개인으로 변경했다. 김유석 부사장의 광범위한 경영 참여가 핵심 근거이며, 쿠팡은 행정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쿠팡 동일인 개인 지정…5년 만의 규제 강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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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5년 만에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 개인으로 변경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쿠팡이 한국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우며 유지해온 법인 동일인 지위를 개인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국내 대기업 규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는 의미다. 쿠팡은 즉시 행정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 결정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판단 변화의 핵심은 김범석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쿠팡Inc 부사장의 경영 참여 여부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38조 4항은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 요건으로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쿠팡은 김 부사장이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고 공정거래법상 책임 있는 임원도 아니라는 주장으로 이 예외 요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했으며, 공정위도 지난해까지 이를 받아들여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공정위는 대규모 현장 검증을 통해 김 부사장이 쿠팡 국내 사업의 핵심인 물류·배송 정책 관련 실질적 경영에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제시한 구체적 근거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김 부사장이 물류·배송 관련 정기·수시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주최했으며, 핵심 계열사인 쿠팡로지스틱스 대표를 직접 불러 실적을 점검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김 부사장의 회사 내 실질 직급이 계열사 대표이사와 비슷한 '최상위 등급'에 해당했고, 개인 비서를 두는 등 복지 및 보수 수준도 등기 임원에 준한다는 판단이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지난해 쿠팡 개인정보 청문회 때 동일인 문제가 제기됐고, 김 부사장 경영 참여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면밀히 조사한 결과"라며 "쿠팡 내부 인원들도 김 부사장의 경영참여를 광범위하게 인지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으며, 김 부사장이 실질적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추가로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인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요구하는 각종 공시 의무를 이미 이행 중이므로, 동일인 지정에 따른 추가 공시 의무는 '이중 규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정위는 "SEC 규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고, 국내법상의 동일인 규제는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려는 다른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공정위는 한국GM, 에쓰오일 등 다른 외국 법인과의 차별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들 기업의 최대주주는 각각 사모펀드와 국부펀드"라며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설명했다.

동일인 개인 지정이 쿠팡에 미칠 영향은 표면적 공시 강화보다 훨씬 클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동일인의 친족에 부당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막는 사익편취 금지 규제는 법인이 아닌 자연인 동일인에만 적용된다"며 "법 위반 동일인 개인에 대한 직접 고발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공시 의무 강화를 넘어 경영진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책임 추궁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쿠팡의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공정위의 입장 변화를 촉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김 부사장의 경영 참여 의혹이 집중 제기됐고, 범정부 쿠팡태스크포스가 구성되면서 쿠팡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 사건은 여러 층위의 논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적으로는 쿠팡플레이 끼워팔기, 쿠팡이츠 최혜 대우 요구 등 다른 적발 사건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 통상 차원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하원의 공화당 연구위원회 소속 의원 54명은 이미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전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행정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그리고 이것이 한·미 통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