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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난 심화…성북구 85% 물량 증발, 길음동 10억대 전세 속출

서울 전세 시장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성북구 등 주요 자치구의 전세 물건이 80% 이상 급감하면서 강북 지역 전세가가 강남 지역 수준으로 올라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정부의 토지거래허가 정책으로 인한 공급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 전세난 심화…성북구 85% 물량 증발, 길음동 10억대 전세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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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전세 공급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 아파트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성북구의 전세 물건이 가장 급격하게 감소했다. 성북구는 1084건에서 159건으로 무려 85.4%가 사라졌으며, 관악구도 528건에서 97건으로 81.7% 줄어들었다. 중랑구 역시 365건에서 68건으로 81.4% 감소하면서 전세 물건이 1년 사이 80%를 넘게 감소한 지역이 3곳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라 세입자들이 집을 구하기 극도로 어려워진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전세 물량 감소 현상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원구(-78.6%), 강북구(-77.3%), 금천구(-75.5%), 구로구(-73.4%) 등은 70%대의 감소율을 기록했고, 성동구(-66.1%), 도봉구(-65%), 광진구(-64.9%), 동작구(-64.5%), 은평구(-61.1%), 마포구(-60.7%) 등은 60%대로 물량이 줄어들었다. 상대적으로 물량 감소가 적은 송파구도 2216건에서 1821건으로 17.9%가 사라져, 서울 전역에서 전세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광범위한 물량 감소는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 부족 위기를 의미한다.

공급 부족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성북구 길음동이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성북구에서 가장 높은 전셋값을 기록한 곳은 길음동의 대단지 아파트 '롯데캐슬클라시아'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제곱미터 아파트가 2월 10억8000만원에 계약되었으며,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같은 규모 전세가는 11억원대까지 올라 있다. 2029가구의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세 물건은 10건 정도에 불과하다. 인근 '래미안길음센터피스'도 2352가구 규모의 대단지이지만 전세 물건은 4건뿐이며, 84제곱미터 전세 호가도 11억원에 책정되어 있다.

흥미롭게도 같은 가격대의 전세를 구하려면 강남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송파구 신천동의 '파크리오' 전용 84제곱미터가 이달 8일 12억원에 계약된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성북구 집을 구하려다 송파구에 집을 구할 수 있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북과 강남의 전세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전세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길음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기존에 거주하던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버티고 있고, 일부는 가격을 올리면서 갱신청구권을 아끼기도 한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러한 전세난의 근본 원인은 정부 정책에 있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2년 실거주 의무를 감수해야 하게 되었다.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내에 반드시 전입해야 하는 의무가 겹치면서 집주인들이 세를 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급격하게 줄어드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 전반의 지표들도 위기 상황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4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3일 기준 6억8147만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고치다. 중위 전셋값도 6억원으로 2022년 9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다시 6억원선을 넘어섰다. 전셋값 오름폭은 0.86%로 1월 0.47% 이후 4개월째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8.4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주 105.2에서 3.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집을 구하는 세입자가 많다는 의미로, 현재 세입자들이 집을 구하기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