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백신 입찰담합 과징금 처분, 재판소원으로 헌재 심판 넘어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정식 심판에 회부할 사건으로 녹십자의 백신 입찰담합 과징금 처분 관련 사건을 선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과 대법원의 상고 기각에 불복한 녹십자가 청구한 재판소원이 본안 판단 단계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정식 심판에 회부할 사건을 선정했다. 28일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 사전심사에 접수된 525건 중 1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으며, 해당 사건의 청구인은 주식회사 녹십자이고 피청구인은 대법원이다. 이는 지난달 12일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 이후 본안 판단 단계에 진입한 최초의 사례로, 새로운 헌법 구제 제도의 실질적 작동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녹십자가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된 배경은 HPV4(가다실) 백신 구매 입찰 과정에서의 담합 혐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녹십자가 백신 구매 입찰에서 다른 업체들과 담합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녹십자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2월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면서 사건이 종료되었다. 심리불속행은 법원이 상고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때 취하되는 결정으로, 원심 판결이 확정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녹십자는 대법원의 결정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재판소원은 2024년 12월 도입된 새로운 헌법 구제 제도로, 법원의 재판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직접 구제를 청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국민들은 기존의 헌법소원과는 다른 경로로 사법부의 결정에 대한 헌법적 검토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녹십자의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율촌이 맡았으며, 이들은 대법원의 상고 기각 결정이 적법절차와 재판청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이 재판소원 제도 도입 후 첫 번째 정식 심판 대상이 되면서 제도의 운영 방식과 기준이 어떻게 정립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거쳐 이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으며, 앞으로 9명의 헌법재판관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서 대법원의 결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헌재는 심리불속행 결정의 적법성, 재판청구권 보장의 범위, 그리고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등 여러 헌법적 쟁점들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소원 제도는 기존 헌법소원으로 구제받기 어려웠던 재판 결과에 대한 기본권 침해 주장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법부의 결정에 대한 헌법적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녹십자 사건은 이러한 제도의 취지가 실제로 작동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되며, 향후 유사한 사건들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내려지면 재판소원 제도의 실질적 역할과 한계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