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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B 가격 한 달 만에 40% 급등, 한국 IT 업계 '원재료 확보전' 돌입

이란의 중동 분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화학 시설이 피해를 입으면서 PCB 가격이 4월 한 달 만에 40% 급등했다.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전자기업들도 원자재 확보 경쟁에 돌입했으며,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PCB 가격 한 달 만에 40% 급등, 한국 IT 업계 '원재료 확보전' 돌입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이란의 중동 분쟁이 글로벌 전자산업의 핵심 부품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AI 서버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인쇄회로기판(PCB)의 가격이 4월 한 달 동안만 최대 40%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전자·반도체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 급등의 근본 원인은 중동 원유 생산지의 화학 시설 피해다. 이란이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석유화학 단지를 공격하면서 PCB 제조에 필수적인 고순도 폴리페닐렌에테르(PPE) 수지 생산이 중단된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설비를 운영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사빅이 세계 고순도 PPE 공급의 약 70%를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PCB 공급망 전체가 위축된 상태가 되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공급 부족이 4월 한 달 동안의 가격 폭등을 초래했으며, 이는 최근 AI 서버 수요 급증에 따른 원자재 확보 경쟁과 맞물려 더욱 심화된 상황이다.

PCB 가격 상승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PCB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최대 30% 상승했으며, 유리섬유와 에폭시 수지 등 부재료의 공급 부족도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 특히 에폭시 수지 같은 화학 소재의 조달 기간이 기존 3주에서 15주로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조업체들이 필요한 원자재를 확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극적으로 증가했다는 의미로, 공급망 전반의 유연성이 크게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층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은 단순히 PCB 업체뿐 아니라 최종 완성품을 생산하는 모든 전자기업에 연쇄적인 비용 부담을 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 충격파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주요 PCB 제조업체인 대덕전자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MD 등 주요 고객사와 가격 인상 협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결국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 "이제는 고객 대응보다 원자재 확보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표현하며 공급망 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와 PCB 가격 급등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전자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일시적 가격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동 분쟁이 석유와 플라스틱 산업을 넘어 IT·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구조적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평가다. 만약 이란-사우디아라비아 간 긴장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면 PPE 수지 생산이 더 오래 중단될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전자산업 전체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비용 전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한국의 주요 IT·반도체 기업들은 원자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동시에 고객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상황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한 기업이나 지역이 특정 원자재의 대부분을 공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이다. 앞으로 전자산업은 공급처 다변화와 전략적 비축을 통해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국내 화학·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 경로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