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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신고 폭증 속 무혐의 비율도 급증…법 기준 모호함 드러내

스토킹 신고 건수가 3년 사이 50% 이상 증가했지만 무혐의 처리 건수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법의 기준이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에 과도하게 의존해 일상적 분쟁까지 스토킹으로 신고되는 과잉 신고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스토킹 신고 폭증 속 무혐의 비율도 급증…법 기준 모호함 드러내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스토킹 신고 건수는 급증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건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접수된 스토킹처벌법 신고 건수는 2023년 1만438건에서 2024년 1만5222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식 재판으로 넘겨진 건수는 2023년 2097건, 2024년 2234건으로 전체 신고의 약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신고 건수 증가에 비해 실제 법적 판단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극히 제한적임을 의미한다.

더 주목할 점은 무혐의 처리 건수의 급증이다. 혐의 없음이나 죄가 안 됨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리된 건수는 2023년 1910건에서 2024년 3045건으로 1년 사이에 약 60% 증가했다. 이는 경찰과 검찰 단계에서 신고된 사건의 상당수가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제2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라는 조롱 섞인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스토킹법의 남용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재판부의 판단도 엄격한 편이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심 선고 사례 중 집행유예가 990건, 벌금형이 1326건으로 전체 3355건의 69%를 차지했다. 반면 실형 선고는 582건으로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이는 스토킹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대부분이 경미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성병 치료비를 요구하기 위해 찾아간 사례나 층간소음으로 천장을 두드린 행위 등이 스토킹으로 신고됐지만 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있거나 피해자에게 실제 불안감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일으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이 너무 광범위해 일상적인 생활 분쟁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성룡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스토킹 행위의 강도보다는 피해자의 감정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는 국민 정서가 커서 일선 경찰이나 법원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불안감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판단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과잉 신고가 계속되면서 경찰과 검찰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다른 나라들은 스토킹의 범위를 더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 일본의 스토킹규제법은 '특정인에 대한 연애 감정 및 원한 감정을 충족할 목적으로 접근하는 행위'를 스토킹범죄 행위로 규정해 의도성을 강조한다. 미국 연방법은 '살해, 괴롭힘 등의 의도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접근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명시해 범죄의 강도와 의도를 함께 고려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법은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과잉 신고를 방지하고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연락을 끊고 헤어진 연인을 찾아가는 행위나 이웃 간의 생활 갈등으로 인한 신고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범죄와 중범죄를 세분화하는 법안 개발, 경찰과 검찰의 내부 처리 지침 마련, 신고 단계에서 과잉 신고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이 2021년 제정된 이후 신당역 살인 사건, 남양주 살인 사건 등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개정되면서 충분한 논의 없이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왔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