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심서 유죄 확정…'공동정범' 판단 뒤집다
서울고등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에 대해 1심과 달리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하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 20억원 자금 투입, 수익 40% 약정, 통화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시세조종 공모 의도를 인정했으며, 공소시효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계속된 범죄로 판단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2심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정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5-2부는 28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과 다르게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1심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 행위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봤으나, 2심은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공동 가공의 의사를 갖고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해 가담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이번 판결은 2010년 주가조작 사건 발생 이후 15년 만에 법원이 공범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2020년 고발 이후 6년 만에 사법 판단이 확정된 것이다.
2심 재판부가 공동정범으로 판단한 핵심 근거는 김 여사의 구체적인 자금 투입과 수익 배분 약정이었다. 재판부는 2010년 10월 22일부터 11월 4일 사이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20억원이 든 계좌를 맡기면서 주식 거래를 일임하고 수익의 40%를 약정한 점을 주목했다. 1심은 이 사실만으로는 김 여사가 시세조종의 구체적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자연스러운 주가 상승 혹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주가 상승을 기대했다면 수익의 40%나 지급하기로 하고 매매를 맡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결국 블랙펄인베스트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주가 상승에 대한 대가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추가적인 정황 증거들도 공모의 증거로 평가했다. 담보나 손실 보장 없이 거액을 맡긴 행위는 상식적인 투자 관행과 맞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에서 "사무실 전화는 다 녹음되지 않느냐"라고 발언한 점이 거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은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2010년 10월 28일부터 11월 1일 사이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특정 시점과 가격에 맞춰 매도한 행위는 시세조종의 전형적인 수법인 통정매매로 판단되었다. 이러한 구체적이고 계획적인 거래 패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김 여사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주가조작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법원이 결론지었다.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는 공소시효 해석에도 영향을 미쳤다. 1심은 범행을 시기별로 나누어 일부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봤으나, 2심은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12월 5일까지의 전체 행위를 하나의 계속된 범죄로 평가했다. 재판부는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12월 5일 시세조종 행위는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해 행해진 만큼 포괄해 하나의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2011년 1월 13일 정산 이후 이뤄진 거래에 대해서는 시세조종으로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고, 이 부분에 대한 방조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다른 피고인들과의 역할 분담을 통한 공동정범 관계를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법원은 각 피고인이 자신의 역할을 분담하여 시세조종 범행을 실행했다고 판단했으며, 김 여사는 자금 조달과 수익 배분을 담당한 주요 역할자로 평가되었다. 이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향후 양형 단계에서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기업 지배 구조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사법 기준으로 해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