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 유죄 인정, 1심 무죄 판단 뒤집혀
서울고등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거액 자금 제공과 수익 분배 구조를 시세조종 가담의 증거로 인정했으며, 통일교 알선수재 혐의도 묵시적 청탁 인지를 이유로 유죄로 판단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1심의 무죄 판단이 항소심 법원에 의해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5-2부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1심의 징역 1년8개월보다 무거운 형량이며, 검찰이 구형한 징역 15년에는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재판부는 압수된 그라프 목걸이 1개의 몰수와 2094만원 추징을 함께 명령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판단의 전환이다. 1심 법원은 피고인이 거액의 자금과 계좌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시세조종 세력과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주가조작 혐의 전부를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완전히 다른 법적 판단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거액 자금을 제공하고 계좌를 위탁해 시세조종에 사용하도록 했으며 수익을 분배받기로 한 점 등을 종합하면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명시했다. 이는 직접적인 지시나 공식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거액의 자금 제공과 수익 분배 구조 자체가 범행 가담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법적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구체적인 범행 내용을 보면, 항소심은 2010년 10월과 11월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20억원이 들어있는 증권계좌를 제공하고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 주를 매도한 행위를 시세조종 가담으로 인정했다. 이는 피고인이 단순히 자금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실제 주식 거래까지 참여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재판부는 2011년 1월 13일 정산 이후의 거래에 대해서는 공모 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판단해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이는 시간적 범위를 한정해 책임을 명확히 하려는 법원의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통일교 관련 알선수재 혐의에서도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크게 엇갈렸다. 1심 법원은 2022년 4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802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을 받은 행위에 대해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른바 '묵시적 청탁'을 인지한 채 가방을 수수했다고 판단해 유죄로 뒤집었다. 묵시적 청탁은 명시적인 말이나 글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상황과 맥락을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청탁을 의미한다. 이는 종교 단체와의 관계에서 명확한 요구가 없더라도 암묵적인 기대와 이해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을 반영한다. 다만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1심과 동일하게 무죄로 판결됐다.
같은 날 항소심 판결에서 권성동 의원도 통일교 측으로부터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교분리 원칙과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명시해 이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권 의원의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이번 항소심 판결들은 공직자와 정치인들의 금품 수수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기준을 드러내는 동시에, 명확하지 않은 청탁이나 암묵적 기대관계도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판례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