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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철강 사용량 60% 축소 공시, 그린워싱 의혹으로 신고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보고서에서 협력사 철강 사용량을 제외해 사용량을 60% 수준으로 과소 공시했다며 공정위·환경부에 신고했다.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수치로 소비자를 오도했다는 혐의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현대자동차가 2025년 발표한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철강 사용량을 의도적으로 축소해 공시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신고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4년 기준 철 사용량을 약 123만 톤, 차량 1대당 0.332톤이라고 명시했으나, 이는 협력사 공정 과정에서 사용된 철강을 완전히 제외하고 자체 공장에서만 소비한 물량만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솔루션은 28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현대차의 행위가 환경기술및환경산업지원법과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현대차의 수치가 동종 업계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기후솔루션의 분석에 따르면 스웨덴의 볼보는 차량 1대당 약 0.93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는 약 0.982톤의 철강을 사용하는 것으로 공시했다. 현대차가 공개한 수치는 경쟁사 대비 약 60%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는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현대차가 친환경적인 기업으로 오인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친환경 차량을 선택하려는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경쟁사보다 환경 친화적이라고 믿고 구매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법률 대리를 맡은 솔라리스 법률사무소의 김성우 변호사는 현대차의 행위가 의도적 누락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차량의 전 생애에 걸쳐', '공급망 전반에 걸쳐' 환경 영향을 관리한다고 명시했으나, 정작 핵심 환경지표인 철 사용량은 자체 공장 사용분만 산정했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같은 보고서 내에 협력사 공급망을 포함한 탄소 배출량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탄소 배출량에는 협력사 데이터를 포함시키면서 철강 사용량에는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산정 방법의 차이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유리한 수치만 선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대차가 이미 협력사 탄소중립 가이드라인과 글로벌 통합 탄소 배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협력사 데이터를 추적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사 철강 사용량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기후솔루션은 지적했다.

현대자동차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약 9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약 414만 대의 차를 판매해 175조 원을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철강 산업의 탈탄소 전환에 있어 현대자동차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이 기업의 그린워싱 행태는 국내 산업 전반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이러한 행태를 시정하지 않는다면 산업 전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에서는 기업의 그린워싱에 대해 엄격한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2016년 디젤 엔진 차량에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달아 실제보다 질소산화물 배출이 낮게 나오도록 한 혐의로 이탈리아 행정법원으로부터 5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프랑스의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는 지난해 '탄소 중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재생에너지 투자와 전환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석탄 기반의 생산과 투자를 확대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러한 국제적 사례들은 기업의 허위 또는 과장된 환경 주장에 대해 각국 정부와 사법부가 얼마나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적 기준에 맞춰 그린워싱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