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철도 대형사고 잇따르자 정부, 안전관리 전면 강화
민자철도 건설 현장에서 대형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정부가 시행자 선정 기준 강화, 감리 독립성 확보, 안전점검 공공 주도 등을 포함한 전면적인 안전관리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간자본으로 건설되는 민자철도 공사 현장에서 대형 붕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정부가 본격적인 안전관리 개혁에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26일 '민자철도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시행자 선정부터 건설, 운영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3월 부전-마산 복선전철 붕괴사고와 지난해 12월 신안산선 공사현장 붕괴사고 등 민자철도에서 잇따른 중대 사고가 발생한 것이 정부의 결정을 촉발했다.
그동안 민자철도는 철도 수요 증가에 대응해 철도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정부 재정으로 건설하는 재정철도에 비해 대형사고 빈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토부는 사고의 근본 원인을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 중심의 공사 추진, 관련 기관의 소극적인 사업관리에서 찾았다. 이는 민간 시행자들이 수익성을 우선하는 경영 논리에 따라 안전 투자를 후순위로 미루고, 정부 감시 체계가 충분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민간 시행자 선정 기준의 대폭 개편이다. 현행 기술평가 비중을 50% 이상 높이고, 기술평가 항목 중 안전관리 배점을 기존 10점에서 50점(전체 1천점)으로 5배 상향하기로 했다. 그동안 민자철도 사업 발주 과정에서 낮은 비용을 제시하는 업체를 우대해왔던 관행을 개선하는 조치다. 아울러 설계업체 자격 기준도 강화해, 기존의 '10년간 실적 1건 이상'이라는 요건에 '책임기술인 경력 15년 이상'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는 설계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취지다.
건설 감리 체계의 독립성 강화도 중요한 개선 사항이다. 그동안 민간 시행자가 건설 감리계약을 직접 체결함으로써 감리사가 시행자에게 종속되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국토부와 한국철도공단이 건설 감리계약을 주도적으로 체결하게 되어 감리의 독립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민간 시행자가 저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 공사에 적용되는 '건설공사 하도급 심사기준'을 민자철도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민간 시행자가 자체적으로 수행해온 안전점검 등 안전관리 업무도 국토부와 공단이 주도적으로 담당하게 변경된다.
공기 단축으로 인한 무리한 공사 일정도 제어하기로 했다. 착공 사전 절차 기간을 현재의 3개월에서 확대하고, 착공 후 1년간은 공공이 보상과 인허가 등 절차를 관리해 충분한 공사 기간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는 공기 단축 압박으로 인한 안전 침해를 구조적으로 방지하려는 조치다. 아울러 민자철도 운영 실태 평가를 강화하고, 지방국토청과 철도공단이 민자철도 사업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상반기 중에 관련 법령과 지침 제·개정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김태병 국토부 철도국장은 "그간 발생한 사고를 뼈아프게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민자철도를 재정사업 수준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 것인지는 향후 법령 개정과 시행 과정에서 얼마나 엄격하게 집행되는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