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복권 당첨이 파산 부르는 이유…'이웃 따라 하기' 심리 증명
캐나다 복권 당첨자의 이웃들이 파산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조지타운대 연구가 '이웃 따라 하기' 소비 심리의 실제 영향을 증명했다. 특히 저소득층 지역과 도시에서 이 효과가 강했으며, 파산자들은 눈에 띄는 자산인 차와 집에만 선택적으로 지출을 늘렸다.

주변 사람이 갑자기 부자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 조지타운대 연구팀이 캐나다 복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이웃이 복권에 당첨되면 그로부터 3년 이내에 같은 지역 주민들의 파산 확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인간의 소비 심리가 만드는 현상이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웃 따라 하기(keeping up with the Joneses)' 현상이 실제로 재정 파탄을 초래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증적으로 증명한 연구였다.
2016년 수밋 아가르왈 조지타운대 교수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캐나다에서 1000캐나다달러(약 150만 원) 이상의 복권에 당첨된 7377명을 추적했다. 최고 당첨금은 15만 캐나다달러(당시 약 2억3000만 원)에 달했다. 연구팀은 당첨자들의 주소를 확인한 뒤 같은 우편번호를 사용하는 이웃 주민들의 파산 기록을 분석했다. 캐나다에서 같은 우편번호를 쓰는 가구는 같은 건물이거나 인접한 지역에 위치한다. 연구 결과는 통계적으로 명확한 상관관계를 보여줬다. 복권 당첨 금액이 1% 증가할 때마다 그 지역의 파산율은 0.04%씩 상승했다. 당첨 금액이 작을 때는 영향이 미미했지만, 금액이 커질수록 이웃들의 파산 위험도 함께 높아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현상이 모든 지역에서 동등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자 동네보다 저소득층 지역에서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주민들은 이웃의 소비 증가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 주민들은 주변 사람의 지출 증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또한 도시 지역에서 농촌보다 이 효과가 더 컸다. 도시 주민들이 주변의 소비 패턴을 더 빠르게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유행이 도시에서 시작되는 현상과 맥락을 같이한다.
더 주목할 만한 발견은 파산자들의 재산 목록을 분석한 결과였다. 복권 당첨자의 이웃 중 파산한 사람들의 재산 구성을 보면 일반 파산자와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복권 당첨 금액이 1% 증가할 때마다 파산한 이웃들의 집 가치는 0.27%, 자동차 가치는 0.21% 증가했다. 반면 보험 같은 눈에 띄지 않는 금융 자산은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는 물건, 즉 차, 오토바이, 집 같은 '가시적 자산'에만 집중해서 따라 샀다는 의미였다. 복권 당첨자가 새 차를 사고 집을 리모델링할 때 이웃들도 자신의 경제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 방식으로 소비했던 것이다.
이 현상의 근저에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이 있다. 경제학자들이 '과시적 소비'라고 부르는 행동이 한 가지이고, '이웃 따라 하기' 소비가 또 다른 것이다. 과시적 소비는 자신이 남보다 나아 보이려는 욕구에서 비롯되지만, 이웃 따라 하기 소비는 남들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즉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욕구다. 명품을 사거나 비싼 차를 구매하는 행동이 모두 이런 심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제는 자신의 재정 상황과 무관하게 이런 소비를 감행할 때 실제 경제적 파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지타운대의 연구는 복권 당첨자의 이웃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소비 심리 구조를 보여준다. 복권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큰돈을 버는 사람이 주변에 나타나면 유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 투자로 큰 수익을 얻은 사람, 승진으로 급여가 크게 오른 사람 등이 모두 촉발점이 될 수 있다. 부의 증가가 본인에게는 축복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무분별한 소비 경쟁을 유도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일수록 이웃의 소비에 휩쓸려 자신의 재정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