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뒤 숨은 위험, 경제 편중 심화·노사갈등 고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사상 최고 실적으로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제 성장의 55퍼센트가 반도체에 의존하면서 산업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 노사갈등과 정치권의 보너스 공약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일시적 호황에 취하지 말고 미래 성장 기반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한국 반도체산업의 강력한 위상을 입증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37조 원을 초과했으며 영업이익률이 72퍼센트에 달해 글로벌 기술기업들을 압도하는 수익성을 보였다. 인공지능 붐으로 촉발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한국 경제 전반을 견인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7퍼센트 성장했으며, 이는 5년 이상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이 주도한 전체 수출이 5.1퍼센트 증가하면서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다.
반도체산업의 강세와 경제 성장률 회복은 긍정적인 신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경제가 단일 산업에 얼마나 깊이 의존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1분기 전체 경제 성장의 55퍼센트가 반도체 부문에서 나왔다. 반도체가 없었다면 성장률은 절반 이상 줄어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였으며, 경제 회복이 극히 편중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기적 호황에 취한 사이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경고다.
다른 산업 부문의 실적은 대조적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관세와 중동 분쟁의 파급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퍼센트 이상 하락했다. 제조업 생산이 3.9퍼센트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 성장률은 고작 0.4퍼센트에 머물렀다. 거시 지표상으로는 개선세가 보이지만, 산업 간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로 인한 추가 압박은 2분기부터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전반에 걸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을 위협하며 영업이익의 15퍼센트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평택 사업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으며, 노조 지도부는 18일간 생산을 중단할 경우 약 18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근로자들의 가치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표현했다. 정치권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도체 공장 유치를 둘러싼 공약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신중함을 요구한다. 일시적 호황에서 얻은 이익을 나누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미래 성장의 토대를 확장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삼성전자 전 회장 진대제는 최근 인터뷰에서 회사와 국가 모두 경기 하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상승세는 영구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실적이 좋을 때야말로 새로운 성장 동력에 투자하고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반도체 붐이 제공하는 기회의 창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성과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사이클이 돌아올 때 사라져 버릴지가 결정될 것이다. 단기적 이익 분배의 논리에 빠져 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놓친다면, 반도체 호황이 지나간 후 한국 경제는 더욱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