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시대 거대 문어, 해양 포식자 왕좌 놓고 해양파충류와 경쟁했나
일본 연구팀이 백악관 시대 화석 턱뼈를 분석해 길이 19미터에 달할 수 있는 거대 문어(크라켄)가 당시 해양 생태계의 주요 포식자였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해양파충류 중심의 기존 인식을 도전하는 발견으로, 고대 바다 생태계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공룡의 시대라 불리는 백악관 시기(약 1억 4,300만 년 전~6,600만 년 전)에 육지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최강자로 군림했다면, 바다 속에서는 거대한 문어가 최상위 포식자로 활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4월 23일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멸종한 문어 종(種)인 '크라켄'이라 불리는 생물이 길이 약 19미터까지 성장했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는 신화 속 거대한 괴물 크라켄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 당시 해양 생태계에서 모사사우루스 같은 거대 해양파충류와 함께 주요 포식자로 활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일본 홋카이도 대학의 이바 야스히로 고생물학자 팀은 백악관 후기에 해당하는 지층에서 발견된 문어의 턱 화석 15개를 재분석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탄산염 암석층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크라켄 화석 12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들 화석을 나노이모테우티스 옐레츠키(Nanaimoteuthis jeletzkyi)와 나노이모테우티스 하가르티(N. haggarti) 두 종으로 분류했으며, 현대의 덤보 문어(Grimpoteuthis)와 같은 진화 계통에 속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석 방식은 이바 팀이 약 1억 년 전 오징어 종의 다양성 급증을 발견할 때도 사용한 방법으로, 고생물학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턱 화석의 형태와 현대 문어의 해부학적 특징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크라켄의 몸통(외투막)은 길이 67~443센티미터 사이였을 것으로 분석됐다. 촉수까지 포함하면 나노이모테우티스 옐레츠키는 2.8~7.7미터, 나노이모테우티스 하가르티는 6.6~18.6미터까지 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화석에서 발견된 턱의 마모 흔적은 이들 문어가 딱딱한 껍질과 골격을 가진 동물들을 포식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당시 해양 생태계에서 이들 문어가 단순한 청소부 역할이 아니라 능동적인 포식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다.
이번 발견은 백악관 시대 해양 생태계에 대한 기존의 통념에 도전하는 것이다. 종래에는 모사사우루스와 같은 거대 해양파충류 및 척추동물이 당시 바다를 독점적으로 지배했다고 알려져 왔으나, 이번 연구는 거대 문어도 상당한 규모의 포식자로서 생태계 최상위에 위치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중생대 해양 생태계의 구조와 먹이사슬이 기존 인식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고생물학자 크리스티안 클루그는 "19미터 성장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대 두족류의 몸통과 촉수 비율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추정치의 하한값이나 중간값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의 추정 방식은 현대 문어의 해부학적 특징에 기반하고 있지만, 멸종한 생물의 정확한 크기를 파악하는 것은 본질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화석으로 남은 턱뼈로부터 전체 몸 크기를 역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백악관 시대 해양 생태계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 고대 바다의 생태 피라미드에서 거대 문어의 위치를 재평가함으로써, 공룡 시대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복잡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향후 추가적인 화석 발견과 분석을 통해 이들 거대 문어의 생활 방식, 먹이 선호도, 개체군 규모 등이 더욱 명확히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