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자동차 시장, 하이브리드 열풍으로 테슬라·BYD 고전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테슬라와 비야디 같은 글로벌 전기자동차 강자들이 고전하고 있다. 2027년까지 하이브리드는 전체 판매의 1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전기자동차는 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인도 시장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외부 충전이 필요 없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전기자동차 강자인 테슬라와 비야디(BYD)의 인도 시장 진출이 예상과 달리 부진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 시장조사 전문기관 케어 레이팅스(Care Rating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 3월 회계연도 말까지 인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은 전체 자동차 판매의 약 1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전기자동차는 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은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3월 회계연도에 98,010대에 불과했던 연간 판매량이 2026년 3월에는 362,866대로 약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기자동차 판매량은 131,865대로, 하이브리드에 비해 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펀잇 굽타 인도 담당 이사는 "비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이전에 구매하던 디젤 자동차에서 하이브리드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옴디아(Omdia)의 자동차 분석가 디와카르 무루간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인도 승용차 시장에서 전기자동차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다"며, "현재 시장에 겨우 8개 모델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40개 이상의 전기자동차 모델보다 더 강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와 비야디의 인도 시장 진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도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이후 테슬라는 400대 미만을, 비야디는 7,000대 미만을 판매했다. 비교를 위해 살펴보면, 2025년 비야디는 전 세계적으로 226만 대의 전기자동차를 판매해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제조업체가 되었고, 테슬라는 164만 대를 판매했다. 그럼에도 인도에서는 이들 기업이 극히 제한적인 시장 점유율만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기자동차 시장에서도 마힌드라 앤 마힌드라와 타타 모터스 같은 인도 현지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기업은 전통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주력으로 판매해온 회사들이지만,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도 글로벌 강자들을 앞지르고 있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하이브리드 시장의 성장을 자신들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토요타와 일본 스즈키의 인도 자회사인 마루티 스즈키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최대 판매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토요타의 이노바 하이크로스와 마루티의 그랜드 비타라 같은 모델들이 인도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일본 제조업체들은 이미 인도 자동차 시장 전체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차량의 확산으로 이러한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코탁 증권의 아룬 아가왈 기본 분석 담당 부사장은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이미 인도 자동차 시장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에서 전기자동차 도입이 부진한 이유는 여러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충전 인프라의 부족, 저렴한 글로벌 전기자동차에 대한 접근성 제한, 그리고 전기자동차의 재판매 가치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비용 대비 실용성이 높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인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이 전 세계적 추세인 가운데, 인도는 독특한 시장 역학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만으로는 시장 변화를 설명할 수 없으며, 각 국가의 인프라 수준, 소비자 선호도, 기존 시장 참여자들의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