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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 위기에서 반전…삼성의 대형 M&A가 쓴 성공 스토리

삼성전자가 2016년 약 80억달러에 인수한 미국 전장업체 하만이 극적인 반전을 이루고 있다. 인수 직후 부진하던 하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5311억원, 매출은 15조7833억원으로 급성장했으며, 이는 자동차의 스마트화 추세와 삼성의 기술 이전이 만든 시너지의 결과다.

하만, 위기에서 반전…삼성의 대형 M&A가 쓴 성공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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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삼성전자가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약 80억달러에 인수한 지 8년. 당초 기대와 달리 부진을 거듭하던 하만이 최근 극적인 반전을 이루며 삼성전자의 선견지명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하만의 영업이익은 1조5311억원으로 인수 직후인 2017년(574억원) 대비 약 26배 이상 증가했으며, 매출도 같은 기간 7조1034억원에서 15조7833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단순한 수치 회복을 넘어 삼성전자가 추진한 전략적 M&A가 얼마나 잘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다.

하만 인수 직후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 인수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건으로 인한 단종 결정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런 와중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추진한 초대형 M&A는 시장에서 많은 의구심을 샀다. 실제로 인수 이듬해인 2017년 하만의 영업이익은 574억원으로 급락했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555억원까지 떨어져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이 거래를 과감한 도박이라고 평가했으며, 하만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전환점은 2021년부터 찾아왔다. 자동차 산업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하만의 가치가 재평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움직이는 스마트폰'으로 변신하자, 하만이 보유한 전장 기술과 오디오 솔루션의 중요성이 급증했다. 2023년 하만의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조5311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단순히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넘어 경영 노하우와 첨단 기술을 이전하면서 하만을 근본적으로 변모시켰음을 의미한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하만은 삼성전자로부터 반도체, 이동통신, 디스플레이, 5G 통신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제조 노하우를 습득하면서 경쟁력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하만이 기존 사업 영역에서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 무대 음향과 블루투스 스피커 시장에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으면서, 자동차 전장 부품 시장에서도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이는 삼성전자와의 결합이 단순한 기업 인수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했음을 보여준다. 하만의 기술과 삼성전자의 자원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해 매출 15조7833억원이라는 성과는 이러한 시너지의 구체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 투자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독일 전장업체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약 15억유로(2조6000억원)에 인수했으며, 헝가리에 약 2300억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연구개발센터, 하만의 전장 생산기지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자동차의 자율화·전기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 하만을 통해 이룬 성공을 바탕으로 더욱 공격적으로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재계에서는 하만의 성공이 이재용 회장의 장기적 안목과 결단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던 만큼 전문경영인이라면 초대형 M&A를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당시 고위 임원들에게 "스마트폰 이후 3~5년 뒤 미래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는 점은 당장의 실적보다 회사의 장기적 미래를 고민했음을 시사한다. 하만 인수는 이러한 미래 지향적 사고가 구체적으로 실현된 사례이며, 8년이 지난 지금 그 선택의 옳음이 증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