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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술력만으로는 부족, 시장성 냉철히 검증해야 창업 성공

포스코청암상 기술상을 받은 정기로 APS 회장은 젊은 창업가들에게 기술력 과신을 경고하며 시장성에 대한 냉철한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94년 창업 후 반도체 장비제어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한 정 회장의 조언은 기술 창업 성공의 핵심이 기술과 사업화의 균형에 있음을 시사한다.

포스코청암상 기술상 수상자 정기로 APS 회장이 젊은 창업가들에게 던진 조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22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20회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에서 기술상을 받은 정 회장은 "기술 창업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하고 과연 내 기술이 고객에게 돈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994년 창업 당시를 회상하며 "사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서 용감했다"고 표현한 정 회장의 발언은 기술력 과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기로 회장이 수상한 포스코청암상 기술상은 단순한 연구 성과만으로는 받을 수 없다. 사업화를 통해 산업 전반에 기여도가 높아야 하는 상이다. 포스코청암재단은 "핵심 장비의 해외 의존 구조를 바꾸기 위해 창업한 정 회장의 공로를 높이 평가한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으며, 이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의 성공을 인정한 것이다. 정 회장은 반도체 장비제어 기술로 1994년 APS를 창업한 후 1997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제어 소프트웨어인 '이지클러스터'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초기 고객사인 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유진테크, 세메스 등을 시작으로 현재는 대부분의 장비 제조사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정 회장이 창업 초기에 겪었던 현실적 어려움은 기술 창업가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그는 "반도체 장비제어 기술로 창업한 뒤 자금을 조달하고 직원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며 "고객사가 수십억원을 내고 살 수 있는 제품을 제대로 개발하는 일이 매우 큰 압박이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다. 연구소에서의 정신적 압박감과 창업 후의 그것은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는 그의 표현은 기술 개발과 사업화 사이의 큰 격차를 시사한다. 이는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시장 수요, 고객 만족도, 자금 조달 능력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또한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조언을 제시했다. "글로벌 고객 포트폴리오와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하다"며 "장비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축한 뒤 공정 데이터, 소프트웨어로 부가가치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히 하드웨어 기술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으며,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의 부가가치 창출이 필수적이라는 산업 현실을 반영한다. 정 회장의 APS는 초기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시작해 현재 반도체용 급속열처리 장비, OLED용 엑시머레이저어닐링 장비, 그리고 최근 고대역폭메모리용 레이저 공정 장비 개발로까지 사업을 확장했으며, 이는 그의 조언이 실제 경영 경험에 기반한 것임을 보여준다.

정 회장은 "엔지니어로서의 40년은 쉽지 않은 삶이었다"며 "숱한 실패와 위기를 겪으면서도 기술 하나만 믿고 버텨온 시간이 틀리지 않았다는 격려로 이 상을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시에 "대한민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탐이 된 것, 직원들이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일할 수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 사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후대에 "젊고 유능한 후배들이 더 많이 도전하고 국가가 이런 젊은이들을 잘 키워내길 바란다"며 "그럼에도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가 열린다"고 격려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바이오 분야에 투자하며 "기존의 장비, 소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하는 등, 기술 기반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기로 회장의 이번 수상과 조언은 한국의 기술 창업 생태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시장성에 대한 냉철한 판단, 고객 중심의 사고, 그리고 장기적인 사업 비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그의 메시지는 많은 예비 창업가들에게 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