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무기한 휴전 선언…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을 무기한 연장하며 경제 봉쇄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의 휴전 선언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트럼프의 일관성 없는 태도와 호르무즈해협 봉쇄의 장기화로 인한 세계 경제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2주 휴전이 만료되기 하루 전인 21일(현지시간)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무기한 휴전 연장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란 정부의 내부 분열 상황과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 등의 중재 요청을 이유로 들며 "이란의 지도자들이 통합된 제안을 마련할 때까지 공격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협의가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협상단을 이끌 예정이던 JD 밴스 부통령은 워싱턴에서 출발조차 하지 못했으며,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내부 사태 수습을 위해 3~5일 정도의 추가 시간을 허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선언과 함께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별도의 SNS 게시물에서 "이란은 재정적으로 붕괴하고 있다"며 "하루에 5억달러씩 손실을 보고 있어 호르무즈해협을 즉각 열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해상 봉쇄 정책이 이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판단 아래 경제적 압박으로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거래의 기술'의 핵심으로, 자신이 보유한 자원을 총동원해 단기간에 강력한 압박을 가한 후 상대의 항복을 얻어내려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실제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지난 한 달여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의사 표명과 협상 결과 낙관을 시계추처럼 오가며 일곱 번째 '타코(TACO, 트럼프는 언제나 물러선다)'를 기록했다. 3월 21일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던 그는 이틀 만에 "생산적인 대화가 진행 중"이라며 공격을 5일 뒤로 연기했다. 이후 4월 6일, 그 다음 4월 7일 오후 8시 등으로 계속 시한을 미루다가 실제 예정 시간 88분 전에 파키스탄의 중재를 받아들이는 형태로 2주 휴전을 발표했다. 이번 무기한 휴전 연장도 같은 패턴의 반복으로, 아침까지 협상 불발 시 공습을 하겠다고 하던 그가 시한이 실제로 임박하자 추가 휴전을 결정한 것이다.
이란은 미국의 휴전 선언을 인정하지 않으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 국영방송(IRIB)은 미국의 휴전 연장을 공식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란의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성향의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해상 봉쇄가 계속되는 한 최소한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의 경제 봉쇄가 계속되는 한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양측 간의 협상 재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타스님통신은 또한 "휴전 연장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의 속임수일 수 있다"며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 정부 주요 인사의 암살을 시도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댈러스연방은행 등 주요 기관은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가 물가 상승과 경제 침체를 동시에 겪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을 잇달아 제시했다. 이란에 대한 경제 봉쇄는 확실한 압박이지만 세계 경제도 오래 버티기는 힘들며, 미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협상 재개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6일 레바논 정부와의 협상에서 10일 휴전에 동의했지만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며 공습을 계속 이어가고 있어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미국과 이란 간의 협상이 실질적으로 진전될지는 앞으로의 향방을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 내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가 지난 16~20일 미국 성인 25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3%로 지난달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반복되는 협상 결렬과 일관성 없는 메시지가 국내 여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