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마약 밀수한 '마약왕' 박왕열 국내 재판 넘겨져
필리핀에서 마약을 밀수해 국내에 유통한 '마약왕' 박왕열이 송환 두 달 만에 구속 기소됐다. 필로폰 등 수천 그램의 마약을 반입하고 수십억 원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으며, 당국은 추가 범죄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필리핀 교도소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 국내에 대량의 마약을 유통한 혐의로 지목된 박왕열(47)이 결국 국내 법정에 서게 됐다.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는 22일 박왕열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차 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된 지 약 두 달 만의 결정으로, 당국은 앞으로도 박왕열의 추가 범죄 사실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박왕열이 저질렀다고 적발된 마약 밀수 규모는 상당히 광범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에는 필리핀과 멕시코에서 4회에 걸쳐 필로폰 317그램을 수입했고, 2024년 6월에는 '흰수염고래'라는 별명의 조카 A씨와 공모해 필리핀에서 필로폰 약 1482.7그램을 추가로 밀반입했다. 이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필로폰 3079그램을 몰래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적발된 마약의 종류도 다양했는데, 인천에 은닉된 엑스터시 1575정을 비롯해 코카인, 필로폰, 합성대마 등 다양한 마약류를 국내에 반입해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왕열의 판매 수법은 정교하고 은폐성이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국내로 밀반입한 마약을 특정 장소에 숨겨두고 구매자에게 해당 위치의 좌표만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활용했다. 이 방식은 직접적인 거래를 피해 적발 위험을 줄이는 수법으로,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 마약을 보관하면서 광범위한 유통망을 구축했음을 시사한다. 합수본의 조사에 따르면 박왕열은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시켜 마약류를 수수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은폐하려고 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박왕열이 필리핀 교도소 내에서도 조직적으로 범행을 지휘했다는 것이다.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의 출장 조사 결과, 필리핀에 수감 중인 마약 밀수·유통·판매 조직의 총책들이 수용시설을 '아지트'처럼 활용하면서 소지한 휴대전화로 국내 조직원들에게 범행을 지시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수십억 원대의 수익을 취득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본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의 연계 수사를 통해 전국 각지에 흩어진 개별 범죄 사실들을 하나의 퍼즐처럼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박왕열의 범행 역사는 2019년 11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전세계'라는 텔레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마약류 판매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장기간에 걸쳐 텔레그램 대화명을 수차례 변경하면서 적발을 피해가며 범행을 지속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1차 기소는 한국과 필리핀 간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임시인도 승인 대상 범죄 사실에 한해 먼저 이뤄진 것이다. 당국은 추가 수사를 통해 박왕열과 연계된 국내 유통 조직의 실체를 더욱 명확히 하고, 조직원 4명의 송환도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