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구독 서비스로 수익 구조 대전환...쿡 CEO 유산 이어가는 터너스
애플의 서비스 부문이 2025년 4분기에 역대 최고 매출 300억 달러를 기록하며 모든 하드웨어 부문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수익을 올렸다. 팀 쿡 CEO 시대의 유산인 이 구독 서비스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신임 CEO 존 터너스가 AI 시대에 어떻게 이끌어갈지가 관심사다.

애플이 하드웨어 중심 기업에서 플랫폼 기반의 구독 서비스 회사로의 대전환을 이루고 있다. 2025년 4분기(12월 종료) 실적에서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이 역대 최고인 300억 달러(약 39조 원)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수치다. 더욱 주목할 점은 서비스 부문이 맥, 아이패드, 애플워치, 홈 기기 등 다른 모든 하드웨어 카테고리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2025 회계연도 전체에서 애플 서비스는 1,09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 역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이 같은 성과는 팀 쿡 CEO가 2011년 경영을 시작할 당시의 상황과 극명히 대비된다. 당시 애플은 서비스를 별도의 매출 항목으로 분류하지 않았으며, 아이튠스가 연간 약 60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쿡이 경영한 15년간 애플의 서비스 매출은 18배 이상 성장했으며, 이는 단순한 수익 증대를 넘어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음을 의미한다. 애플이 단순히 아이폰, 맥북 등의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벗어나, 앱스토어, 애플뮤직, 애플TV+, 애플원 등 다양한 구독 서비스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했다는 뜻이다.
물론 애플 서비스 전략의 기초는 스티브 잡스 시대에 마련되었다. 2008년 아이폰 출시 직후 론칭된 앱스토어는 유료 앱과 인앱 구매에 대해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조를 도입했으며, 이는 잡스의 선견지명이었다. 당시 필 슈러 애플 펠로우(현재)와 에디 큐 서비스 담당 수석 부사장이 이 전략을 주도했으며, 슈러는 2016년 개발자들의 반발에 응해 수수료 구조를 소폭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반을 토대로 애플을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시킨 것은 쿡의 경영 철학과 집행력이었다.
이제 애플의 경영 진두를 잇게 될 존 터너스 신임 CEO 앞에는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애플의 플랫폼을 어떻게 진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애플은 2024년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이름으로 AI 기능을 제품에 통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025년 AI 강화 시리의 출시를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AI 담당 고위 임원들의 이탈이 이어졌다. 로비 워커 AI 담당 수석 임원이 2025년 10월 떠났고, 같은 해 말 존 지아난드레아 AI 담당 최고 책임자가 물러났다. 지아난드레아 이후 오랫동안 애플 소프트웨어를 이끌어온 크레이그 페더기가 시리 개발을 맡게 된 것으로 보도되었다.
터너스는 2021년부터 애플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일해왔으며, 2001년 제품 디자인팀에 입사한 이래 25년간 애플에서 하드웨어 분야 경험을 쌓았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추론 학습, 챗봇화된 시리, AI 환각 현상, 개인정보 보호 등 다양한 AI 관련 과제를 안고 있는 애플의 미래를 이끌 리더로 하드웨어 전문가가 적절한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하지만 터너스는 애플의 미래를 결정할 또 다른 핵심 자산인 칩 사업도 주도해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유명 애플 분석가 밍치쿠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터너스의 가장 중요한 최근 업적이 맥의 인텔 프로세서에서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을 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부품 교체가 아닌 '뇌 이식 수준의 시스템 및 플랫폼 차원의 대전환'이었으며, 매우 높은 수준의 실행력과 부서 간 긴밀한 조율을 요구했다. 밍치쿠오는 이러한 기초 없이는 애플이 AI 기기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출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터너스의 성공 여부는 쿡이 15년에 걸쳐 구축한 서비스 중심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AI 시대에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애플의 칩 기술과 하드웨어 통합 능력, 그리고 구독 서비스 생태계가 생성형 AI와 만날 때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애플의 성장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