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물류센터 사망 사고, 대화 단절이 빚은 비극
경남 진주 CU물류센터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이 대체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대차 비용 부담 문제로 촉발된 파업 과정에서 7차례의 교섭 요구에도 불구하고 원청이 대화를 거부하고 대체 수송을 강행하면서 비극이 발생했다.
경남 진주의 CU물류센터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이 대체 투입된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20일 오전 10시 32분경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2.5톤 탑차가 연좌 농성 중이던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전남본부 소속 50대 조합원이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고, 다른 조합원 2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서영인 여천 컨테이너지부장은 경찰의 강제 해산 직후 대기 중이던 대체 차량이 멈추지 않고 진입하면서 비극이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이번 사고의 배경에는 화물 기사들이 휴무를 사용할 때 대체 차량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대차 비용' 문제가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하루를 쉬기 위해 다른 차량의 대체 비용까지 기사가 부담하는 구조가 정당한지 묻고 있다. 서 지부장은 "우리가 요구한 것은 운송료 인상이 아니라, 이러한 비상식적인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졌다. 결국 대화 없는 평행선이 대체 차량 강행 출차와 인명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 노동계의 시각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성명을 통해 "CU 자본과 공권력이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화물 노동자를 죽였다"고 규탄했다. 경남본부는 "파업 2주차에 접어들기까지 7차례 교섭 요구가 있었지만, 원청 CU BGF는 단 한 차례도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지적했다. 또한 "조합원들이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며 파업을 방치하고, 대체 수송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경남본부는 이 사태를 단순한 사고가 아닌 체계적 결과로 보고 있다. 경남본부는 "이 죽음은 교섭을 거부하고 현장을 파국으로 몰아넣은 CU BGF가 만든 결과이자 자본과 결탁한 공권력의 과잉진압, 정부의 방관이 노동자를 죽였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탑차 운전자 A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고의성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동시에 집회 관리 과정에서 안전 조치가 적절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사고 이후 현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화물연대본부는 비상 지침을 내리고 전국의 조합원 2000여 명을 진주 물류센터 앞으로 소집했다. 경찰도 기동대 등 1100여 명을 추가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사고 당일 오후에도 물리적 충돌이 이어졌다. 노조 차량이 경찰 바리케이드를 뚫고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부상을 입었고, 조합원 2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 사태의 법적·사회적 원인 중 하나로 2025년 노조법 2, 3조 개정 때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이 배제된 점을 지적했다. 경남본부는 "사실상의 사용자들이 교섭에 나서지 않을 구실을 준 것"이라며 "국회는 서둘러 노조법 재개정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노동 문제와 공권력의 역할, 그리고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