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원유 의존도 10%p 급락...비중동산 수입 30% 급증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한국이 비중동산 원유 수입을 30% 늘렸고,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10%포인트 하락해 62.9%로 떨어졌다. 정부의 운임 환급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정유 설비 현대화 같은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한국의 원유 수입 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올해 3월 비중동산 원유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급증한 반면,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한국무역협회의 최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체 원유 도입 정책과 정유사들의 선제적 대응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3월 비중동산 원유 수입액은 22억47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원유 수입액이 5.3%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비중동산 원유 수입의 증가 폭은 매우 두드러진다. 특히 미국산 원유 수입이 전년 대비 75.8% 늘어난 13억7804만달러에 달했으며, 호주산은 44.7%, 말레이시아산은 140% 증가하는 등 다양한 지역에서 원유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정유사들이 원유 공급처를 적극적으로 다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정부의 정책 지원도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는 주요 요인이다. 정부는 미주, 아프리카, 유럽 지역에서 원유를 도입할 경우 중동산 원유 대비 운임 초과분의 25%를 환급해주고 있으며, 4월부터 6월까지는 이를 전액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리터당 16원인 석유수입부과금 납부 한도 내에서만 환급해주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러한 인센티브 정책은 정유사들의 비중동산 원유 도입 결정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경제적 유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급락하고 있다. 같은 기간 중동 7개국(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오만, 이라크, 카타르, 쿠웨이트)에 대한 원유 수입 규모는 37억4812만달러로 전년 대비 18.3% 감소했다. 이에 따라 3월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62.9%로 떨어져, 역대 연간 기준 최저치인 2021년의 59.8%에 근접하게 됐다. 지난해 3월 중동산 비중이 73%였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 사이에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올해 1월과 2월에도 중동산 의존도는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3월의 급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중동산 원유 도입의 경제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그동안 중질·고황 원유 비중이 높은 중동산 원유를 분해해 항공유와 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왔다. 반면 미국 셰일오일 같은 경질·저황 원유는 품질은 우수하지만 국내 정유 설비와의 호환성이 떨어진다. 같은 양의 원유를 투입해도 생산 수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또한 미국이나 아프리카산 원유는 운송 기간이 길다는 점도 비용 측면에서 단점으로 작용한다.
장기적인 탈중동을 위해서는 정유 설비의 현대화라는 중장기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추려면 설비 투자에 따른 세액 공제 확대 등 추가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의 운임 환급 정책은 단기적인 위기 대응에는 효과적이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유사들의 설비 현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