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임명 놓고 여야 대립 심화… 투명성 vs 절차 논쟁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개시를 국회에 요청하자, 국민의힘은 여당이 절차를 핑계로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중성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으며, 여야 간 신뢰 부족으로 9년 이상 공석인 특별감찰관 임명이 더욱 지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개시를 요청하면서 여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국정 현안에서는 긴밀히 협의하면서도 특별감찰관 문제에서만 의도적으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권력 감시 장치를 외면하려는 '기만적 양동 작전'이라는 주장으로, 여야 간 신뢰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인도 방문 중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회가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개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친인척을 감시하는 독립적 지위의 직책으로, 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대통령도 제도에 따라 감시를 받아야 한다"며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추진을 직접 지시했던 만큼, 이번 요청은 그 의지를 거듭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회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국회가 먼저 15년 이상 판·검사나 변호사 활동을 한 법조인 3명을 후보로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한 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이석수 전 감찰관이 사임한 뒤 현재까지 9년 이상 공석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별감찰관 임명을 추진했으나 여야 간 이견과 복잡한 정국이 맞물리면서 매번 추천이 불발된 바 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대통령은 요청이라는 형식으로 책임을 다하는 척하고, 여당은 절차를 핑계로 추천을 미루는 행태는 권력 감시라는 족쇄를 차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국정 현안에서 그토록 긴밀하게 협의한다는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유독 특별감찰관 문제에서만 의도적인 불협화음을 내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라며 여당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야당이 추천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조건 없이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법에 따른 추천 절차를 신속하게 밟겠다"고 밝혔으나, 국민의힘의 비판에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 원내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입 밖으로 꺼내기도 주저했으면서, 야당이 되고 나서는 득달같이 달려든다"며 "최소한의 염치와 양심은 챙기시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과거 야당이었을 때와 현재 여당이 된 후의 태도 변화를 지적하는 발언으로, 양쪽 모두 상대방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진정으로 투명한 국정 운영 의지를 갖고 있다면, 여당 중심의 편향된 인사가 아니라 야당이 추천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또한 "권력은 스스로를 감시하는 장치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다"며 "정권의 탈선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외면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권력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특별감찰관 임명이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권력 감시라는 원칙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별감찰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현 정부의 투명성 의지와 국회의 추천 책임 사이의 불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9년 이상 공석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여야가 상대방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책임을 미루는 방식으로는 제도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별감찰관이라는 권력 감시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여야가 정파적 이해관계를 뒤로하고 제도의 본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