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군부, 미국-이란 평화협상 주도권 장악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이 미국-이란 평화협상의 중심 중재자로 부상했다. 군부와 민간 정치 지도자들의 조율된 외교 활동으로 2차 협상이 이슬라마바드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이는 파키스탄 내 군부 권력 강화와 국제 외교 무대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보여준다.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간 평화협상의 중심 무대로 떠올랐다. 군부와 민간 정치 지도자들이 조율된 외교 활동을 펼치며 2차 협상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파키스탄 군부의 영향력이 국제 외교 무대에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은 4월 15일 테헤란을 방문해 3일간 머물며 미국의 평화협상 제안을 이란 지도자들에게 전달했고, 이는 파키스탄의 하이브리드 체제에서 군부의 중추적 역할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파키스탄의 군부와 민간 정치 지도자들은 정교한 역할 분담을 통해 미-이란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이 이란을 직접 방문해 최고 지도부와 협상하는 동안, 샤히드 카키르 총리와 이샤크 다르 외교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튀르키예 등 역내 주요국들을 방문하는 외교 순방을 펼쳤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국가대화포럼의 행정이사 샤리아르 칸은 "현재 진행 중인 시너지가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 추진력을 유지하려면 모든 시너지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조율된 움직임은 파키스탄의 정치 체제에서 군부와 민간 정부가 표면상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실제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의 국제 외교 무대에서의 역할 확대는 파키스탄 내 군부 권력 강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 정부는 무니르 참모총장에게 전례 없는 법적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임기를 연장했으며, 군부 전체가 국정 운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한 관리는 익명을 조건으로 "이런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군부 지도자"라며 무니르 참모총장의 이란 방문이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협상은 거의 완료 단계이며, 이란을 협상 타결로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무니르 참모총장인 이유는 그와 이란 지도부 사이의 신뢰 수준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4월 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첫 대면 협상은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의 직접 협상을 가능하게 했으며 파키스탄을 통한 통신 채널을 개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협상에서 무니르 참모총장은 두 명의 파키스탄 중재자 중 한 명으로 참석했으며, 이는 파키스탄이 단순한 개최국을 넘어 실질적인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 추진력을 이어가기 위해 4월 19일 이슬라마바드 전역의 보안을 강화했으며, 2차 협상이 이 주 내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니르 참모총장의 국제 외교 무대에서의 활약은 2025년 인도와의 전쟁 이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구축한 긴밀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의 권력 강화는 파키스탄 민주주의의 침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낳고 있다. 비평가들과 정치 야당은 최근의 헌법 개혁과 함께 군부에 대한 법적 면책특권 부여, 임기 연장 등이 파키스탄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947년 독립 이후 파키스탄은 일련의 쿠데타를 통해 거의 절반의 기간을 군부 통치 아래 있었으며, 파키스탄 군부는 민간 영역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반복해서 부인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군부가 민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면서도 실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슬라마바드 국가대화포럼의 칸은 "누가 결과를 낼 수 있는가, 누가 강한 인물인가, 누가 통제하는가, 누가 주도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백히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퀸시연구소 중동 프로그램의 부국장 애덤 와인스타인은 무니르 참모총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현재의 협상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무니르 참모총장이 이란에 집중한 이유는 이란이 핵심 이해관계자이고, 그가 트럼프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총리는 전통적인 외교 관료 체계를 갖춘 역내 국가들을 방문했는데, 이들의 동의는 중요하지만 결정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는 파키스탄의 현재 외교 전략에서 군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추적인지를 드러내는 평가다. 파키스탄이 미-이란 협상의 중심 무대로 부상하면서 국제 외교 무대에서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동시에 국내 민주주의 체제의 변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