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급반전한 호르무즈 해협, 미·이란 긴장 다시 고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행을 허용했다가 하루 만에 폐쇄하면서 미국과의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선언에 반발한 이란이 입장을 바꿨으며, 양측은 21일까지의 휴전 기간 동안 2차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란 정부가 상선의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행을 허용했다가 하루 만에 다시 해협을 폐쇄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교역 선박 봉쇄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해협을 재폐쇄했으며, 해협을 통과하려던 선박들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이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해협 주변 기지를 침략적 군사작전에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상선의 무조건 통과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며 미국을 비난했다.
사태의 발단은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발언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며 농축 우라늄 이전,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 핵무기 개발 중단,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대리 저항세력 지원 중단 등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2차 협상이 주말에 열릴 것이며 하루나 이틀 안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한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렸을 때는 시장도 반신반의했지만,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직접 엑스(X)에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행을 전면 허용한다'고 올리자 종전이 코앞에 닿은 듯 보였다.
그러나 해빙 분위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8개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연속으로 올리며 이란에 대한 승리를 강조하자 이란은 즉각 태도를 바꿨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란의 농축 우라늄은 국토만큼 신성하고 주권과 분리할 수 없으며 어디로도 이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란 매체들의 텔레그램에는 지도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글들이 잇달았다. 메흐르통신은 '외무장관의 추가 설명 없는 트윗은 트럼프에게 자신을 승자로 선언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제공했다'며 '휴전 협상은 외무부만이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는 글을 텔레그램 상단에 고정했다. 이는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가 외교라인의 타협 분위기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도 이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악시오스는 백악관에서 열린 상황실 회의에서 미 정부 관계자가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전쟁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해 했던 것처럼 공해상에서 이란과 교역하는 선박에 대한 나포 작전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탐 알안비야 이란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은 이전 상태로 다시 돌아갔다'며 해협이 이란군의 관리와 통제 아래 있다고 밝혔다. 영국해상무역작동(UKMTO) 기구는 이날 2척의 선박이 피격당했다는 보고를 접수했으며, 인도 국적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측이 약속한 휴전 시한은 21일까지로, 양측은 19~20일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차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J D 밴스 부통령 등이 참석하는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소집했으며, 최근 백악관은 지상전 시나리오를 최대한 배제하고 이란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경제적 분노'에 집중하고 있다. 이란도 예멘의 후티반군(안사르알라 예멘)으로 하여금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막겠다는 위협을 재개하며 대응하고 있다.
물밑에서는 여전히 메시지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감지된다. 중재를 맡고 있는 파키스탄은 이슬라마바드 내 협상 관련 장소에 대한 보안을 대폭 강화하며 2차 협상을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큰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 20년 이상 금지와 대리세력 지원 중단 등은 이란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언한 내용들이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국영TV 연설에서 1차 회담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으나 양측 모두 핵심 쟁점이 해결되지 않아 최종 합의까지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