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위기 직면한 유엔, 한국 AI 기술에 '돌파구' 기대
트럼프 행정부의 유엔 분담금 거부로 국제기구가 재정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유엔은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돌파구로 모색하고 있다. 여러 국제기구 지도자들은 한국의 AI 역량이 보건, 이주, 노동 분야에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유엔 분담금 납부 거부로 국제기구가 전례 없는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은 유엔 정규예산의 22%, 평화유지 예산의 26%를 담당하는 최대 공여국이지만, 2025년 한 해 동안 분담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193개 회원국의 총 미납금은 15억6800만 달러로 전년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자금 부족을 넘어 국제적 연대 체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엔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올해 조직표상 직위 2681개를 감축하면서 전년도 대비 18.8%의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이며, 이미 1000명 이상의 직원이 유엔을 떠났다. 기후변화, 글로벌 불평등, 인공지능 고도화 등 세계가 마주한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 더욱 강력한 국제기구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서 국제적 연대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 이는 유엔이 창설된 이래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정치적, 재정적 위기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유엔은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 지원을 돌파구로 모색하고 있다. 유엔이 추진 중인 '글로벌 에이아이 허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여러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AI 역량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아시아태평양환경보건센터의 산드로 데마이어 센터장은 "인공지능은 극한기후 조기경보시스템, 질병 감시 개선, 더욱 탄력적인 보건 시스템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러 유엔 기구들이 공동캠퍼스를 조성함으로써 기술 교류와 데이터의 효과적 활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 국제이주기구(IOM) 운영·개혁 담당 사무차장으로 주목받은 이성아 차장은 AI 협력의 의미를 더욱 광범위하게 해석했다. 그는 "기술적 협력을 넘어, 재정적 제약 속에서도 유엔 체제가 업무 방식을 조정해 단절을 최소화하고 공동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 지원을 넘어 유엔이라는 국제 체계가 변화하고 있으며 여전히 기능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 "한국의 전문가들이 인도적 대응, 이주, 식량 안보, 보건 및 노동 시장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글로벌 이슈에서 한국인 인재들이 핵심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기대를 표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상헌 박사도 한국의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인공지능 역량을 국제적 공공재로 확장해, 인공지능을 인간 중심으로 활용하는 국제적 논의에서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국이 단순히 기술 제공자를 넘어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하는 것이다. 미국의 국제기구 공백 속에서 한국의 기술과 인재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국제 무대에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