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일본 식탁 위협…바나나·아보카도 공급 차질 우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일본의 바나나·아보카도 등 수입 과일 공급에 타격을 주고 있다. 바나나 숙성에 필수적인 에틸렌 가스가 나프타에서 추출되는데, 원유 수급 차질로 공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으며, 아이스크림·초콜릿 등 다른 식품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호르무즈해협 봉쇄 사태가 예상 밖의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주요 수입 과일인 바나나와 아보카도 등의 공급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 중동의 원유 수급 차질이 일본 국민의 일상적인 식탁까지 위협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를 '의외의 파급 효과'라고 표현하며, 가격이 저렴한 '물가 우등생' 바나나가 가장 대표적인 피해 사례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소비되는 전체 바나나의 99.9%는 필리핀, 대만 등 해외에서 수입되는데, 이 과정에서 나프타(원유에서 추출한 화학 물질)에서 생산되는 에틸렌 가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바나나는 해충 유입을 막기 위해 익지 않은 녹색 상태로만 일본에 수입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수입된 바나나는 일본 국내의 '무로'라고 불리는 숙성 가공실에서 에틸렌 가스에 노출되어 인위적으로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는 바나나의 과육을 부드럽게 하고 노란색으로 변하게 하는 과정으로, 자연적인 바나나 숙성 호르몬인 에틸렌을 인공적으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나프타 수입량이 급감하면서 에틸렌 가스 공급이 부족해지면, 이 전체 과정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바나나 숙성 과정에서 에틸렌 가스의 역할은 단순히 색깔 변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일 생산·유통 전문 기업인 돌(Dole)사의 설명에 따르면, 에틸렌 가스는 바나나의 과육을 부드럽게 만들고 맛을 개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흥미롭게도, 바나나를 송이째로 두지 말라는 보관 조언도 이와 관련이 있다. 바나나들이 모여 있으면 자연적으로 내뿜는 에틸렌이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더 빠르게 후숙 작용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는 에틸렌이 과일의 성숙 과정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바나나 수입조합은 나프타 부족 상황이 심화되면 '실제로 바나나 출하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문제의 심각성은 바나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키위와 아보카도 등 수입 비중이 높고 후숙 과정이 필요한 다른 과일들도 동일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식품 산업의 다른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같은 제품에 사용되는 바닐린(바닐라 향료)도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벤젠의 고리를 지닌 물질에서 여러 단계의 화학 작용을 거쳐 만들어진다. 인공 바닐린은 천연 향료와 비교해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나프타 공급 차질이 심화되면 저렴한 식품 제품들의 공급에 직접적인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동의 50일간 전쟁으로 촉발된 이러한 상황은 현대 글로벌 경제의 상호 연결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호르무즈해협이라는 지정학적 위기가 일본의 일상적인 식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나비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일상에서 석유를 절약해서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석유 의존도가 높은 현대 산업 구조에서 에너지 공급 차질은 예상 밖의 분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에너지 안보와 식품 안보의 연결고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