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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명목 개방'···선박들 여전히 관망 중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일시적 개방을 발표했으나 미국의 해상 봉쇄는 계속되고 있으며, 실제 선박들은 안전 우려로 통항을 꺼리고 있다. 양국의 상충하는 입장과 해운업계의 불안감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의 진정한 개방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명목 개방'···선박들 여전히 관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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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미국과의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일시 해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선박들의 자유로운 통항까지는 여러 난관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표는 즉시 국제 해운업계와 미국 정부로부터 의문과 우려를 촉발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발표 직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는 절대 폐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이란 측의 '일시적 개방'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양측이 해협 개방의 범위와 기간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이미 문제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이란의 발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로는 제한적인 개방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 항만해사청이 앞서 공지한 '조정된 경로'를 따라야 한다"고 명시했는데, 이 경로는 기존의 국제 항로와는 다르다. 구체적으로 오만 무산담 인근의 기존 항로가 아닌 이란 라라크섬 옆을 지나가도록 지정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변경이 아니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조선 전쟁과 이란-이라크 위기에 관한 저서를 펴낸 해양 전문가 마틴 나비아스는 뉴욕타임즈에 "이는 항행의 자유와는 동의어가 아니다"라고 명확히 지적했다.

미국의 태도 역시 이란의 개방 발표를 약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거래가 100% 완료되기 전까지 이란 해상 봉쇄는 전면 유지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명목적 개방에도 불구하고 이란을 향한 해상 경제 제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즉각 반발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봉쇄가 계속된다면 호르무즈 해협도 다시 폐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이 얼마나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남은 휴전 기간"의 정의도 불명확한데,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의 10일 휴전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오는 21일 종료 예정인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해협 개방의 지속 기간조차 불확실한 상태다.

실제 해운업계는 이란의 발표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계 5위 규모의 독일 하팍로이드 컨테이너 해운회사 대변인은 뉴욕타임즈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보험 적용 범위를 확인해야 하고, 해상 항로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이란 측으로부터 받아야 하며, 선박 출항 순서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형식적인 문제가 아니라 선박의 안전과 직결된 실질적인 우려 사항들이다. 보험사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대한 보험 적용을 어떻게 판단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주들이 선박을 항해시키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선박들의 움직임은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미국 CNN 방송이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란의 개방 발표가 있던 당일 화물선 5척과 유조선 1척이 오만만에 진입했으나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오후에도 초대형 원유 운반선 20척이 호르무즈 해협의 좁은 수로로 진입했으나 모두 회항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는 선주들과 운영사들이 이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안전 보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이 같은 선박들의 기항 회피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이란의 일방적 개방 선언만으로는 국제 해운업계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으며, 미국과 이란 간의 근본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호르무즈 해협의 진정한 개방은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