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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26세 여성, 가해자는 '장난'으로 부인

경기 화성시 반도체 회사에 입사한 26세 여성이 상사의 강제추행과 성희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고소 2개월 뒤 숨진 사건에서, 피고인은 법정에서 '장난'이라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회사의 미흡한 조치와 초기 경찰 수사의 문제점도 함께 드러났다.

20대 여직원을 강제추행하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상사가 법정에서 자신의 행동을 '친근한 표현의 장난'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 16일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의 변호인은 "거친 근무 환경 속 긴장을 풀어주려는 장난이었고 뒷무릎을 친 건 흔한 장난"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피해자가 남긴 카카오톡 기록과 회사 조사 결과와 상충되는 주장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을 둘러싼 인식 차이를 드러낸다.

사건의 피해자는 2024년 5월 경기 화성시 반도체 부품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고 방유림씨(당시 26세)다. 그는 상사 A씨로부터 "왜 목젖이 있냐"는 발언을 들은 후 목 부위를 잡아 올려지는 강제추행을 당했다. 방씨가 남긴 카카오톡 기록에는 "○○○이 오늘은 내 목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그냥 장난으로 하는 거 같은데 아팠고 기분이 나빴다"는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또한 "왜 목젖이 있냐. 남자냐"라는 성희롱성 발언과 욕설도 반복적으로 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방씨는 피해를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으나, 회사는 신고한 10개 사안 중 4개만을 괴롭힘 또는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인정된 사례는 "엉덩이를 발로 가격했다", "한손으로 위로 들어 올리면 들어 올려질까 하며 목을 잡고 위로 올렸다" 등이었다. 그러나 노동청은 회사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행정종결 처분했다. 방씨는 상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고소 약 두 달 뒤인 2024년 12월 숨진 채 발견됐다. 직장 내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사망과 함께 묻힐 뻔 했으나 유족의 이의제기로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전개가 달라졌다. 경찰은 초기에 "피의자가 부인하고 목격자 및 CCTV 영상이 없다"는 이유로 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지만, 검찰은 추가 증거를 확보하면서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기록을 보니 고소인 사망 전후로 경찰의 수사 흐름이 바뀐 게 보였다"며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고소인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딸이 죽고 나서 경찰로부터 불송치한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한 번만 더 살펴봐달라고 부탁했지만 경찰은 결국 사건을 끝냈다"고 증언했다.

현재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년 및 취업제한 명령 5년을 구형한 상태다. 피고인 측은 "고인과 허물없이 지내면서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했고 경솔한 언행을 했다"며 "성적 수치심을 주거나 비하할 의도를 품은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망 두터운 기술자"라며 "가족과 동료들이 탄원하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 회사의 미흡한 조치, 초기 경찰 수사의 문제점 등 여러 제도적 결함을 드러내며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