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9일 만에 포획된 늑구, 뱃속 2.6cm 낚싯바늘 제거 후 회복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2세 수컷 늑대 늑구가 9일 만에 포획됐다. 뱃속에서 2.6cm 낚싯바늘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동물원의 시설 관리 부실과 동물 사회화 실패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대전 동물원 오월드에서 9일간 야산을 떠돌던 수컷 늑대 '늑구'가 결국 포획됐다. 대전시는 지난 17일 오전 0시 44분 동물원에서 약 2km 떨어진 야산에서 늑구를 성공적으로 포획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8일 지하 1m까지 박혀 있는 철조망 아래 땅굴을 파서 탈출한 늑구는 9일간의 야생 생활을 거쳐 무사히 돌아왔다. 혈액검사 결과 특이 사항이 없고 맥박과 체온도 정상으로 확인되어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획 과정에서 늑구의 건강 문제가 발견됐다. 수의사들이 늑구의 뱃속을 검사한 결과 나뭇잎과 생선 가시와 함께 길이 2.6cm에 달하는 낚싯바늘이 발견된 것이다. 야산을 떠돌면서 낚싯바늘이 박힌 생선을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늑구가 탈출 후 먹이를 찾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늑구는 발견 당일 오전 민간 동물병원에서 낚싯바늘 제거 수술을 받았고 현재 회복 중인 상태다.
포획 작전은 정밀한 계획과 실행으로 성공을 거뒀다. 대전시는 16일 오후 5시 30분경 침산동 일대에서 늑구로 추정되는 동물이 발견됐다는 119 시민 제보를 받은 후 즉시 대응에 나섰다. 드론을 활용한 수색과 함께 소방, 경찰, 505여단, 대전도시공사 등 관계기관 인력이 산 외곽 도로를 중심으로 포위망을 구성했다. 오후 11시 45분 드론에 의해 안영동 일대에서 늑구의 위치가 확인됐고, 마추 수의사 6명, 진료 수의사 4명, 사육사 5명 등 전문가 인력이 현장에 배치됐다.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차장인 진세림 수의사가 마취총을 발사해 늑구의 뒷다리에 명중시켰다. 마취총을 맞은 늑구가 400~500m를 더 돌아다니다가 개울가에 머리를 박고 쓰러졌을 때, 질식 위험을 우려한 포획팀은 신속하게 늑구를 안전하게 포획했다. 마추 전 과정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드론팀과 실시간으로 늑구의 움직임을 공유하며 정밀한 작전을 펼쳤다.
이번 사건은 오월드의 관리 체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늑구는 지하 1m까지 박혀 있는 철조망 아래 땅굴을 파서 탈출한 후 높이 2m의 동물원 울타리까지 넘어갔다. 오월드 측은 지하 울타리가 습기로 인해 녹슨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전문가에 의한 점검과 진단을 통해 보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2018년 퓨마 탈출 사건 이후 오월드의 두 번째 대형 동물 탈출 사건이다. 동물원의 기본적인 시설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늑구의 탈출 원인으로는 '사회화 실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늑구는 태어난 후 45일간 부모 곁에서 자란 뒤 인공 포육된 개체로, 지난 8일 다른 늑대들과 같은 우리에 합사됐다. 탈출 전날 다른 늑대 한 마리가 아파서 수의사와 사육사가 우리를 드나들었는데, 사람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은 늑구가 탈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관종 오월드 원장은 이를 인정하며 동물의 심리 상태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탈출 사건을 넘어 동물원의 시설 관리, 동물 복지, 전문성 부족 등 다양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