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고농축 우라늄 이전 합의 주장…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보유한 무기급 우라늄을 미국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란의 공식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고농축 우라늄의 이전이 실제로 성사될 경우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제한하는 중대한 진전이 될 수 있으나, 전문가들은 신중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보유한 무기급 우라늄을 미국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1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매우 강력히 합의했다"며 "미군의 B-2 폭격기 공습 이후 지하 깊숙이 묻혀 있는 핵 찌꺼기를 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과 많은 합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매우 긍정적이고 중요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에서 가장 난제로 꼽혀온 핵 문제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고농축 우라늄은 국제 핵 안보의 핵심 쟁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미군·이스라엘의 공습 이전까지 이란은 약 441킬로그램의 60%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었다. 60% 농축 우라늄은 그 자체로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무기급 물질로 분류되며, 단 며칠의 추가 공정을 거치면 상대적으로 적은 양으로도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90% 이상의 순도로 전환될 수 있다. IAEA의 평가에 따르면 90% 농축 우라늄 25킬로그램 또는 60% 농축 우라늄 42킬로그램이면 핵폭탄 1기를 제작할 수 있다. 따라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은 미국이 가장 우려해온 핵심 요소 중 하나였다.
다만 이란이 실제로 이 물질을 미국에 넘기기로 합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과거에도 이란의 핵 관련 양보를 주장했다가 협상이 결렬되거나 부정확한 것으로 드러난 사례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란 측의 공식 입장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은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타결된 이란 핵합의에 따라 우라느 농축도를 3.67%, 비축량을 300파운드(136킬로그램)로 제한하기로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이 합의가 일방적으로 파기되자 무기급에 근접한 농축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농축도를 60%까지 끌어올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로 성사될 경우 그 의미를 다양하게 평가하고 있다. 이란이 이미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외부로 이전할 경우에는 핵무기 개발 능력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미군이 지난해 6월 공습으로 이란의 원심분리기 상당수를 파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란이 우라늄 농축 능력 자체를 유지할 경우 장기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주말 파키스탄에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과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으나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협상이 주말에 열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은 핵 프로그램 외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문제와 전쟁 피해에 대한 이란의 배상 요구 등 여러 현안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우라늄 이전 합의가 실제로 이행될지, 그리고 이것이 종전 협상의 전환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협상 진전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