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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석유 불법 거래, 싱가포르 인근 해역서 적극 진행 중

이란이 싱가포르 인근 해역에서 약 400척의 제재 대상 유조선을 동원해 선박 간 석유 이적을 통해 6,23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중국으로 밀반출하고 있다. 중동 전쟁 중에도 계속되는 이 불법 거래는 미국의 모순된 제재 정책과 국제 법집행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결과다.

이란 석유 불법 거래, 싱가포르 인근 해역서 적극 진행 중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중동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이란이 싱가포르 인근 해역에서 선박 간 석유 이적(STS, Ship-to-Ship Transfer)을 통해 대규모 불법 거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우주국(ESA)과 플래닛랩스(Planet Labs)의 위성 이미지 분석에 따르면, 말레이반도 남동쪽으로 약 70~100km 떨어진 해역에서 정기적으로 이란 석유가 다른 선박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벌어지는 일로, 국제 제재를 회피하고 중국과의 거래를 유지하기 위한 정교한 불법 거래 네트워크의 일부다.

이란의 석유 밀수 작업에 투입되는 선박은 미국, 유럽연합(EU), 영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약 400척에 달한다. 이들 선박은 '유령 함대'라 불리는 노후 유조선들로, 투명하지 않은 소유권 구조와 위조된 국기, 보험 부재, GPS 데이터 조작 등을 활용해 적발을 피하고 있다. 선박 간 석유 이적은 원산지를 은폐하고 화물을 '세탁'하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 지역이 이란 원유를 옮기기 위한 전략적 허브로 부상한 이유는 국제 해상 법집행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미국 싱시 연구소의 아미르 한자니 연구원은 이 해역의 상황을 "완전한 무정부 상태"라고 표현했다.

3월 1일 이후 해운 추적 업체 클플러(Kpler)의 데이터에 따르면, 적어도 37척의 이란 관련 유조선이 싱가포르 인근 해역에서 화물을 이적했으며, 이는 최소 6,230만 배럴에 달한다. 이들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란의 전략적 유전인 카르그 섬에서 석유를 적재한 후 인도 아대륙을 우회하고 말라카 해협을 거쳐 싱가포르 해역에 도착하는 2~3주의 항해를 거친다. 중동 전쟁이 2월 28일 발발하기 전에 출항한 선박이 대부분이지만, 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26척의 이란 유조선 중 최소 6척이 최근 몇 주 동안 싱가포르 인근에서 총 1,000만 배럴의 화물을 이적했다. 실비아 1호는 2월 카르그에서 100만 배럴을 적재했고, 3월 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후 3월 21일 싱가포르 해역에 도착해 약 3월 25일경 유그호로 화물을 옮겼다.

이러한 불법 거래가 계속되는 배경에는 미국의 모순된 정책이 있다. 미국은 3월 20일 해당 날짜 이전에 선박에 보관된 이란 석유의 판매를 임시로 허용했으나, 이 허가는 4월 19일 만료되도록 설정되었다. 대서양협의회의 엘리자베스 브로우 전문가는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이란 항구를 봉쇄하는 모순된 활동을 벌이고 있어, 정당한 경로로 석유를 수출하는 것보다 유령 선박과 선박 간 이적을 통해 이란 석유를 계속 수출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 제재 체계의 허점을 노출시키고 있으며,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 유조선들이 운반하는 석유의 최종 목적지는 중국이다. 해운 추적 플랫폼 분석에 따르면, 명시된 화물의 최종 목적지는 중국의 산둥성, 랴오닝성, 장쑤성 북부 항구들이다. 이는 이란이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에너지 거래를 전략적으로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선박 간 이적을 통한 원산지 은폐는 중국이 이란산 석유를 수입할 때 국제적 비판을 피하게 해준다. 이 거래 네트워크는 이란의 외화 확보와 중국의 저가 에너지 확보라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결과물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추적 기술과 국제 협력 체계로는 이러한 불법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우며, 제재 회피 방식이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