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르무즈해협 통항 자유 확보 위해 국제 연대에 나선다
한국이 영국·프랑스 주도의 호르무즈해협 통항 자유 확보 화상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61%가 호르무즈해협을 거치는 만큼, 이 지역의 안정적인 관리는 국익과 직결된 문제다. 미국을 제외한 70~80개국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회의는 국제 규범에 기반한 해양 질서 유지를 위한 다자간 협력 체계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호르무즈해협 통항 관련 다자간 화상 정상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중동 지역의 안정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결정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6일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공동 주최하는 다자간 회의가 예정돼 있고, 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통항과 안전한 통항은 모두의 이해관계이면서 우리 국익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해협이 한국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에너지 수입 현황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61%가 호르무즈해협을 거쳐 들어오고 있으며, 액화천연가스 의존도는 54%에 달한다. 이는 한국 경제가 중동 지역의 에너지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더욱이 우리 국적 선박 26척이 현재 호르무즈해협 일대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호르무즈해협이 국제법상 통항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제 해협으로 인정받는 것은 한국의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번 화상회의에는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국, 국제기구 등 70~80곳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동 전쟁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이어지자 국제사회 연대를 통한 통항의 자유 회복 계획을 일찌감치 준비해왔다. 지난달 26일 프랑스 합동참모본부 의장 주관으로 35개국 군 수장 화상회의를 열었고, 이달 2일에는 영국이 주축이 돼 40여 개국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정상급 회의는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빈 방한한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해협 해상 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해 프랑스와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이번 화상회의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이번 화상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을 배제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석된다"며 "미국은 전쟁 당사자이기에 현재 국제 연대에서는 빠져 있지만 협의를 하며 공조 아래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회의가 미국과의 대립이 아닌, 국제 규범과 통항의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협력 체계임을 의미한다. 한편 중국과 일본 정상의 참석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낼 메시지는 에너지 공급망, 중동 사태에 관한 입장,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국제 연대 필요성을 망라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상회의는 한국시간으로 17일 저녁 열릴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1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선도 국가 반열에 올랐다"며 "세계 평화와 국제 규범, 인권 보호 같은 보편적 가치를 더는 외면할 수도, 또 외면해서도 안 되는 마땅한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익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장기적 차원에서 더 큰 국익을 얻을 수 있도록 다른 나라 국민 또는 다른 나라에 신뢰와 존경을 차분하게 쌓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호르무즈해협 통항 자유 확보를 위한 국제 연대는 단순한 외교 제스처를 넘어선다. 한국 경제의 생명줄인 에너지 공급망을 지키고, 국제 규범에 기반한 해양 질서를 유지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이다. 이 대통령은 19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인도와 베트남을 순방할 예정으로,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국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국제 연대의 폭을 더욱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