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뉴스나우
사회

암세포의 약물 내성 메커니즘 규명…AP-1 단백질의 역할 주목

암세포가 항암제에 저항성을 획득하는 과정이 AP-1 전사인자의 적응적 게놈 조절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새로운 이론적 틀이 제시됐다. 이는 약물 내성이 유전자 돌연변이뿐 아니라 세포의 가소성과 학습 능력에 기반한다는 것을 시사하며, 향후 항암제 개발 전략 수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암세포의 약물 내성 메커니즘 규명…AP-1 단백질의 역할 주목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암세포가 항암제에 저항성을 갖추는 과정을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적 틀이 제시됐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암세포의 적응적 게놈 조절 메커니즘이 AP-1 전사인자 계열에 의해 조절되며, 이것이 약물 내성 획득의 핵심 분자 기전을 구성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연구는 암 치료 저항성의 발생 원인을 둘러싼 오랜 논쟁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면서 향후 항암제 개발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암 연구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핵심 질문은 약물 내성이 주로 유전자 돌연변이에서 비롯되는지, 아니면 세포의 가소성(plasticity)을 통한 적응에서 비롯되는지 하는 점이다. 기존에는 암세포가 항암제에 노출되면 무작위적 돌연변이를 통해 내성을 획득한다고 알려져 왔으나, 최근 연구들은 세포 내 스트레스 신호에 의해 유발되는 표현형 가소성(phenotypic plasticity)을 통해 적응적 세포 상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암세포가 단순히 유전자 수준의 변화뿐 아니라 유전자 발현 패턴의 변화를 통해서도 약물에 대한 저항성을 빠르게 획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가 주목하는 AP-1 전사인자는 세포 내 여러 신호 경로의 교차점에서 작동하는 단백질 복합체다. AP-1은 조절적 조합론(regulatory combinatorics)이라는 특성을 통해 다양한 유전자 발현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스트레스 유도성 피드백(stress-induced feedback) 메커니즘을 갖춰 세포가 외부 스트레스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AP-1이 세포 기억(cellular memory)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으로, 한 번 형성된 약물 내성 상태가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특성들이 결합되면서 AP-1 시스템은 항암제 내성 세포 상태를 확립하는 분자 기반을 제공하게 된다.

암세포의 약물 내성 획득 과정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암제 노출 초기에는 세포가 약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감지하고, AP-1을 포함한 여러 전사인자들이 활성화되면서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이 변경된다. 이 과정에서 약물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세포 상태로의 전환이 일어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적응된 상태가 강화되고 고착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적응 메커니즘이 단순한 일회성 반응이 아니라 세포가 새로운 환경에 '학습'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암세포가 마치 지능형 시스템처럼 약물이라는 외부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을 점진적으로 구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이론적 틀의 제시는 암 치료 전략의 개선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기존에는 약물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더 강력한 항암제를 개발하거나 약물 조합을 변경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으나, AP-1 매개의 적응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이를 직접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AP-1의 활성화를 억제하거나 세포의 적응적 가소성을 제한하는 약물을 병용하면 약물 내성 형성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메커니즘은 암뿐 아니라 다른 질환에서도 유사한 적응 과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의료 분야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향후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다양한 암종에서 AP-1의 역할을 검증하고, 실제 환자 샘플에서 이러한 적응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규명할 계획을 밝혔다. 암세포의 적응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할수록 보다 효과적인 항암 치료법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암의 약물 내성이 단순한 유전학적 현상이 아니라 세포 수준의 복잡한 적응 과정이라는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