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원유 2.7억 배럴 확보, 호르무즈 우회 공급망 구축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자흐스탄, 카타르 등 4개국과의 협상을 통해 연내 원유 2억7300만 배럴과 나프타 210만 톤을 확보하기로 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홍해 항로 등 대체 경로를 통한 공급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도모한다.

정부가 중동 4개국으로부터 연말까지 원유 2억7300만 배럴과 나프타 210만 톤을 공급받기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소비량 기준으로 원유 3개월, 나프타 1개월 이상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물량들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긴장 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홍해 항로 등 대체 경로를 통해 도입된다는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특사 자격으로 중동 3개국과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외교 활동의 핵심은 에너지 수급 안정화다. 강 실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자흐스탄, 카타르 등 4개국과의 협상을 통해 차별화된 공급처를 확보했다. 사우디에서는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외무장관과 야시르 루마이얀 아람코 의장 겸 국부펀드 총재를 만나 2억50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했다. 오만과는 원유와 나프타를, 카자흐스탄과는 원유를, 카타르와는 액화천연가스(LNG) 물량을 각각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강 실장은 "이 대통령 지시로 4개국을 방문한 결과 이 같은 물량 도입을 확정 지었음을 국민께 보고드린다"며 "이번에 확보한 원유와 나프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무관한 대체 공급처에서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국내 수급 안정화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산 원유가 이번 확보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은 매년 사우디로부터 연간 원유 수입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억 배럴 이상을 수입해 왔으며, 이번에 확보한 2억5000만 배럴은 지난해 수입량의 약 90%에 달하는 규모다. 공급 일정도 구체적으로 계획되어 있다. 5000만 배럴은 다음달까지 홍해에 인접한 항만에서 선적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2억 배럴은 6월부터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선적해 국내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일정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홍해 항로를 활용한 것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보장하는 전략이다.
이번 협상의 배경에는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가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관련 긴장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무역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 지역의 불안정성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이러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홍해, 아덴만 등 대체 해상 경로를 활용한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강 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무관한 대체 공급처에서 도입될 예정"이라며 국내 에너지 안보 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표현했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수급 확보를 넘어 한국의 에너지 외교 전략 전환을 의미한다. 종전의 수동적 구매자 입장에서 벗어나 중동 주요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공급 안정성과 공급 경로의 다양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적극적 접근이다. 나프타 210만 톤의 확보도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 공급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협상 결과가 국내 에너지 가격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중동 주요국과의 에너지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