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뉴스나우
경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중동 산유국 한국 석유기지 활용 러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중동 산유국들이 한국의 석유 비축기지 활용에 관심을 높이고 있으며, UAE 외에도 여러 산유국이 협의를 요청 중이다. 국제공동비축사업을 통해 한국은 실질적인 비축량 증가와 에너지 안보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중동 산유국 한국 석유기지 활용 러시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40일을 넘어 장기화하면서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한국의 석유 비축기지를 활용하기 위해 정부와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 석유 비축기지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중동 지역에서 동북아 비축기지 활용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한국의 석유 저장 인프라가 국제적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중동 산유국들이 한국의 비축기지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양 실장은 "중동 국가들도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우리나라 이상으로 타격을 받는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은 원유 수출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국가의 경우 전체 정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단일 해상 통로의 폐쇄는 국가 경제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산유국들은 자신들의 원유를 해협 밖의 안전한 지역에 미리 저장해두고 필요시 판매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산유국들의 협의 요청은 단순한 저장 공간 확보 차원을 넘어 리스크 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양 실장은 "산유국들 입장에서는 원유를 해협 밖에 미리 두고 나중에 팔 수 있다면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특히 동북아 비축기지를 활용하는 데 대해 관심이 많고 우리 측에도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석유 비축기지는 지정학적으로 중동과 세계 주요 경제권 사이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안정적인 저장 시설과 효율적인 물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요건들이 산유국들의 수요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한국의 비축기지가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새로운 전략적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현재 한국은 UAE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부다비국영석유사(ADNOC)와 국제공동비축사업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며, 다른 중동 산유국들도 한국을 역외 석유 비축기지로 검토하며 접촉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 실장은 "이미 알려진 UAE 외에 다른 나라가 더 있다"며 구체적인 국가명은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겠다고 언급했다. 국제공동비축사업은 산유국 등 해외 기업의 석유를 한국석유공사의 유휴 비축시설에 보관해주고 임대료 수익을 얻는 사업 모델로, 단순한 상업적 이익을 넘어 국내 에너지 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가 수급 위기 발생 시 해당 물량에 대한 우선 구매권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석유 수급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공동비축사업의 진정한 가치는 국내 에너지 안보 강화에 있다. 양 실장은 "비록 우리 비축량으로 잡혀 있지는 않지만, 그들 물건이라도 우리 마당에 들어와 있고 국내 정유사들이 그 수요를 가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국내 비축량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이 공식적인 비축량 증가 없이도 국내에 보관된 석유의 규모를 실질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의미이며, 에너지 수급 위기 상황에서 대응 능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음을 뜻한다. 실제로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에서 대체 원유 물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국제공동비축사업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 실장은 "대체 물량 확보 과정에서 일방적인 요청만 하기는 어렵다"며 "대화 과정에서 우리 기지 활용이 언급되며 협상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비축기지가 단순한 저장 시설을 넘어 국제 에너지 외교의 협상 카드로도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