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냉동창고 화재로 소방관 2명 고립 사망…유증기 폭발이 비극 초래
전남 완도의 냉동창고 화재로 소방관 2명이 현장에 고립돼 숨졌다. 밀폐된 창고 내 누적된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급속도로 불길이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44세 베테랑 소방위와 30세 예비신랑 소방사가 희생됐다.
전남 완도의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2명이 현장에 고립된 채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12일 오전 8시 25분경 완도군 군외면의 한 냉동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 상황실에 접수되면서 소방당국의 진화작업이 시작됐다. 선착대가 도착한 지 7분 만인 오전 8시 38분경 1차 진입 대원 7명이 내부의 업체 관계자를 구조해 밖으로 나왔고, 진화를 마무리하기 위해 오전 8시 45분경 대원들이 2차로 재진입했다. 그러나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 되고 말았다.
2차 진입 불과 10분 후인 오전 8시 55분경 창고 내부에서 갑자기 불길이 거세져지고 다량의 검은 연기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즉시 내부 대원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고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오전 9시 2분경 소방 당국은 완도소방서 소속 A 소방위(44세)와 해남소방서 지역대 소속 B 소방사(30세) 등 2명이 탈출하지 못하고 창고 내부에 고립됐음을 파악했다. 현장 대원들에게는 3~4차례에 걸쳐 대피 명령이 무전으로 하달됐으나 두 소방관은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오전 10시 2분경 A 소방위가 창고 내부에서 숨진 상태로 수습됐고, 이후 오전 11시 23분경 B 소방사도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원인은 밀폐된 냉동창고 내에 쌓여있던 유증기의 폭발로 파악됐다. 냉동창고 내부는 콘크리트 벽면에 우레탄폼 내장재를 바르고 샌드위치 패널로 마감한 형태로, 냉동 기능을 위해 구조적으로 완전히 밀폐돼 있었다. 이러한 밀폐된 공간에 페인트 제거 작업 중 토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불이 번져나가면서, 천장 쪽에 누적된 유증기가 폭발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로 인한 불길의 재확산은 급속도로 진행됐고, 밀폐된 공간의 특성상 연기 배출과 대원들의 구조 작업에도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했다. 희생된 두 소방관은 냉동창고 내 여러 구획 가운데 동일한 공간에서 순차적으로 발견됐으며, 화재 초기 현장에 있던 업체 관계자 1명은 연기를 들이마셨으나 병원으로 이송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숨진 소방관들의 개인사는 이 비극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A 소방위는 1982년생으로 슬하에 1남 2녀를 둔 가장이자 아버지였다. 10년 넘게 재난 현장에서 활동해온 베테랑으로서 평소 후배들을 잘 챙기는 든든한 선배로 알려져 있었다. 반면 B 소방사는 1996년생으로 임용 3~4년차의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인력이 부족한 시골 소방서에서 구급, 화재 진압, 소방차 운전 등 여러 업무를 묵묵히 도맡으며 성실하게 근무해왔다. 특히 B 소방사는 오는 10월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으며, 이제 막 새로운 인생 장을 시작하려던 시점이었다.
이번 사고는 전남 지역에서 현장 임무 중 소방관이 희생된 지 6년 만의 비극이다. 지난 2020년 7월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 계곡에서 피서객을 구조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고(故) 김국환 소방장 사고 이후 처음으로 소방관이 현장에서 생명을 잃게 된 것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재난 대응 과정을 상세히 조사하고 있으며, 이번 사고가 향후 밀폐된 공간에서의 소방 활동 안전 기준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재로 인한 진화 작업은 오전 11시 26분경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