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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 유착 의혹 전면 무혐의…'프레임'의 종언

정교 유착 합동수사본부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과 정치권의 금품 수수 의혹을 전면 불기소로 종결했다. 정치인과 종교단체 관계자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받으며 '정교유착' 프레임은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검찰과 경찰이 구성한 정교 유착 합동수사본부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과 정치권을 둘러싼 금품 수수 의혹 수사를 전면 불기소로 종결했다. 전재수 의원을 비롯해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으며, 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관계자들도 공소권 없음 또는 무혐의로 정리됐다. 이로써 수사의 출발점이 된 '정교유착'이라는 프레임은 법적 근거를 상실하게 됐고,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해온 '정교유착 특검'도 명분을 잃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합동수사본부가 사건을 종결한 이유는 명확했다. 의혹의 규모가 컸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합수본은 "진술 외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제시했으며, 금품 수수 의혹의 핵심 진술은 실제 전달 장면을 직접 목격하지 못한 간접 진술에 머물렀다. 결국 형사사건의 기본 요건인 '누가, 언제, 얼마를, 어떤 경위로 주고 받았는가'라는 요소들이 충족되지 못한 것이다. 법치주의의 원칙상 의혹의 규모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을 지탱할 증거가 없다면 형사책임은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이 이번 결정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단일 진술에서 출발한 의혹은 정치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었고, 여야를 구분하지 않는 '정교유착'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으로 증폭되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경쟁적으로 의혹을 확대 재생산했으며, 수사는 이를 뒷받침하듯 광범위하게 전개됐다. 세계피스로드재단과 천주평화연합(UPF) 등 통일교 유관 단체들은 수차례 압수수색을 당했고, 조직 전체가 불법 로비의 통로인 것처럼 낙인찍혔다. 수사 결과 정치인도, 종교단체도 금품 수수의 실체를 확인받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정치적 타격과 사회적 비난, 회복하기 어려운 명예 훼손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번 불기소 결정은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 하더라도 증거가 부족하다면 기소하지 않는 것이 법치주의의 원칙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여론이나 정치적 압력에 따라 무리한 기소가 이루어졌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법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 결정은 '죄가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사사법의 기본 원칙을 실천한 사례로 평가된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도 일정한 함의를 던지고 있다. 정치권과의 금품 수수라는 문제의식 자체가 다른 사건에서 입증되지 않은 이상, 동일한 구조를 전제로 한 공소 논리는 법정에서 상당한 검증과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학자 총재가 정치권 금품 제공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불기소 결정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수사의 핵심 축이었던 정치권 금품 수수 구조가 상당 부분 입증되지 못한 상황에서, 동일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혐의 구성 역시 법정에서 재검토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 유무죄 판단은 법원의 몫이지만, 최소한 사건을 지탱해온 전제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 사회는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헌법적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교분리의 원칙은 종교를 배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국가 권력이 신앙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며 동시에 종교가 정치적 도구로 소모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안전장치다. 위법한 행위가 있다면 개별적인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종교 전체를 하나의 의혹 구조로 묶어 정치적 프레임의 희생양으로 삼는 구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감정이 아닌 법리, 프레임이 아닌 사실 위에서 판단하는 사회만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탱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