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전 검찰총장 "국정조사가 사법부 역할 침범"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정부 검찰 수사 관련 국정조사를 비판하며 국회가 법원의 역할을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조사가 법원에서 인정된 증거들을 배제하고 일방적 주장만을 채택하고 있으며, 현직 검사들에 대한 외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윤석열 정부의 검찰 수사 관련 국정조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법치주의와 사법 시스템이 무너지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더는 침묵할 수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인 국정조사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총장을 지냈으며, 이번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16일 출석할 예정이다.
이 전 총장의 핵심 주장은 국회가 사실상 법원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판결이 선고되거나 재판 중인 사건, 심지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에 대해 국회가 '법원의 법정'을 들어 옮겨 입법부가 사실상 사법부 역할을 맡아 재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헌법에서 규정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권력 분리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고 명확히 했다.
이 전 총장은 사법절차의 본질과 국정조사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수사와 재판이라는 사법절차는 필연적으로 이해관계자 간의 공방을 전제로 하며, 100퍼센트 유죄의 증거만 존재하여 100:0으로 끝나는 사건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유죄의 증거와 그 반대증거가 90:10, 80:20, 70:30과 같이 혼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며 "증거능력, 증명력의 허들을 통과한 수많은 증거들을 평가하여 유무죄가 결론지어지는 것이 헌법과 법률에서 예정한 사법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법원의 판단이 얼마나 신중한 절차를 거치는지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현 국정조사는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고 이 전 총장은 비판했다. 그는 "이번 국정조사는 수년간 수십, 수백회에 걸쳐 법원의 증거조사와 판단이 이뤄진 사실관계와 법리를 단 며칠 만에 송두리째 뒤집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원에서 인정된 수많은 유죄의 물적 증거와 증인들은 아예 국정조사에서 배제됐다"며 "주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의 번복된 일방적 주장과 편향된 일부 반대증거만을 전면에 내세워, 국회가 단정적으로 '조작기소이자 무죄'라고 판결까지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정조사가 선별된 증거만을 활용하여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전 총장은 나아가 현직 검사들에 대한 국정조사의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현직 검사 40여명을 증인으로 불러 죄인처럼 추궁하는 것은 수사와 재판에 외압을 가하여 사법시스템을 크게 위축시키는 국정조사"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국정조사가 진행된다면 앞으로 정치권과 권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맡아 수행할 검사와 판사는 단연코 없을 것"이라며 "우리 법에 앞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없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는 현직 공무원들이 정치 권력 수사를 꺼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담고 있다.
끝으로 이 전 총장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 그는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검찰의 지휘 감독을 맡았던 나에게 책임을 묻기 바란다"며 "수사 일선에서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애써온 검사 수십명을 불러내어 외압을 가하는, 더 나아가 진행 중인 법원의 재판과 판사에까지 외압을 가하는 국정조사는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현재의 국정조사가 단순한 진실 규명을 넘어 사법 시스템 자체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