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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21시간 마라톤 협상 결렬…핵·해협 문제로 평행선

미국과 이란이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핵 프로그램 폐기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로 합의에 실패했다. 양국의 근본적인 입장 차이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이란 21시간 마라톤 협상 결렬…핵·해협 문제로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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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50년 만에 최고위급 인사가 직접 만나 벌인 종전 협상이 합의 없이 막을 내렸다. 양국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11일부터 12일까지 21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지만,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싼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1979년 이후 약 50년 만에 이루어진 대면 협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합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양국 간 갈등의 깊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협상 결렬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측은 이란에 대해 핵 프로그램의 영구적 종료를 요구하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제임스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양보 불가능한 선(레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이러한 제안 방식을 '받거나 말거나(take it, or leave it)' 식이라고 평가하며, 이는 협상의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는 강압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핵심 사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 고농축 우라늄 보유 문제 해결, 그리고 자국 내 우라늄 농축 능력의 완전한 포기 등 세 가지였다. 이는 이란이 향후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면 이란은 핵 활동의 일시 중단은 가능하지만 무기급에 근접한 우라늄 비축 포기와 우라늄 농축 능력의 영구 포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은 자국의 핵 활동이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능력을 유지하려는 것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보존하려는 시도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양국 간의 근본적인 신뢰 부족과 전략적 이해관계의 충돌을 반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교착 상태가 지난 2월 제네바 협상 결렬 당시와 정확히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도 협상 결렬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란은 해협 개방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폭격에 따른 전쟁 배상금 지불과 20년 이상 지속되어 온 경제 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배상금 지불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으며, 제재 해제 역시 이란의 핵 폐기 이행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면 협상이 시작된 시점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통과시키며 기뢰 제거 작전을 개시한 것은 이란의 반발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협상 테이블에서의 강경한 태도를 군사적 행동으로 뒷받침하려는 시도로 해석되며, 오히려 협상 분위기를 경색시키는 역효과를 낳았을 수 있다.

협상 결렬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38일간의 교전으로 인해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20%가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폭등했을 뿐만 아니라, 비료 생산과 반도체 산업의 필수 원자재인 헬륨 공급망까지 마비되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는 미국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닐 가능성도 있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의 제안에 대한 이란의 수용 여부를 지켜보겠다며 협상 재개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양국의 최고위급 대표단이 직접 대면하여 서로의 의중을 전한 만큼 협상 테이블이 다시 마련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를 좁히기에는 현재 합의된 2주간의 휴전 기간이 너무 짧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휴전을 연장하면서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으며, 이것이 유일한 해결 경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