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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이란 종전협상 1차 결렬…핵·해협 문제로 '첨예 대립'

파키스탄 중재로 진행된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이 핵 문제, 호르무즈해협 개방 시점, 배상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1차 협상을 마감했다. 양측의 요구 조건이 여전히 팽팽해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파키스탄의 중재로 진행된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이 주요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1차 협상을 마감했다. 11일 저녁부터 밤새 진행된 협상 후 이란 외무부는 "2∼3개 주요 이슈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가 불발됐다"며 난항을 공식 인정했다. 표면상 협상 재개와 종전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실제로는 양측 모두 핵심 의제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협상의 가장 첨예한 대립 지점은 이란의 핵 문제였다. 미국은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전량을 미국으로 옮기고, 향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자체를 제한함으로써 핵무기 개발 잠재력까지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J.D. 밴스 미 부통령도 협상 후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지금뿐 아니라 2년 후에도, 장기적으로도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근본적인 의지를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그런 확약을 보지 못했지만, 보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사실상 항복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란 측은 "미국 대표단이 호르무즈해협과 핵물질 제거를 포함해 전쟁에서 얻지 못한 양보를 협상에서 얻어내려 했다"며 "미국 측은 탐욕스러운 마음가짐 탓에 이성과 현실감각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핵 문제는 협상 의제 중에서도 양측이 가장 타협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히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개방 시점을 둘러싼 갈등도 협상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을 즉각 개방하라고 요구한 반면, 이란은 최종 합의가 타결된 이후에야 해협을 열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란으로서는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재 쥐고 있는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인 만큼, 해협을 먼저 개방하는 것은 전쟁과 협상에서 확보한 지렛대를 스스로 내려놓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해협 봉쇄로 인한 글로벌 유가 상승과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협 통행 정상화를 이번 협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해협 통제권 문제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이란과 함께 해협을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란은 이를 거부하고 단독으로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사전에 제시한 4가지 '레드라인'도 협상 진전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란 국영 IRIB방송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에 대한 통제 권리 인정, 전쟁 피해 배상, 해외 동결자산 해제, 중동 전역에서의 교전 중단 등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특히 전쟁 피해 배상은 자국의 승리를 내세우는 미국이 인정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진행 중 "합의 여부는 내게 상관없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이긴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전쟁의 패자가 합의 조건을 정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미국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산 동결 해제를 요구한 것이 회담의 또 다른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남은 휴전 기간 협상은 재개될 전망이지만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양측의 요구 조건과 주장이 전쟁 직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밴스가 겪는 교착 상태는 2월 말 협상을 탈선시킨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군사 공격을 받으면 마음을 바꿀 것이라 여겼지만, 이란은 아무리 많은 공격을 받아도 그들을 굴복시키지 못할 것임을 보여주려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