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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우라늄 재고 놓고 미국-이란 협상 결렬

미국과 이란이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 협상을 벌였으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우라늄 재고, 동결 자산 해제 등 주요 쟁점에서 합의하지 못했다. 1979년 외교 관계 단절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고위급 직접 대면 협상은 양측의 전쟁 종료 의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4월 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에 걸친 고위급 협상을 진행했으나 항구적 휴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협상 직후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우리의 적색선이 무엇인지, 어떤 것들을 수용할 수 있고 수용할 수 없는지 명확히 했다"며 미국이 최종 제안을 내놨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적색선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세레나 호텔에서 열린 이번 협상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단절된 미국과 이란의 외교 관계가 재개된 이후 최고 수준의 직접 대면 협상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협상 결렬의 핵심에는 세 가지 주요 쟁점이 있었다. 이란 관계자 두 명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고농축 우라늄 약 400킬로그램에 가까운 재고, 그리고 해외에 동결된 약 274억 달러(약 34조 3900억 원)의 이란 자산 해제 문제가 양측의 입장이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다.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즉시 모든 해상 교통에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극히 중요한 지역이다.

이란은 이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하기를 거부했으며, 최종 평화 협정이 체결된 후에만 해협을 재개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이란은 6주간의 공중폭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으며, 이라크, 룩셈부르크, 바레인, 일본, 카타르, 튀르키예, 독일에 동결된 석유 수익금의 해제를 주장했다. 미국은 이러한 요구들을 거절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보유한 전체 핵폭탄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을 양도하거나 판매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란이 반대안을 제시했음에도 양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란 정치 분석가 메흐디 라흐마티는 "두 개의 진지한 협상 팀이 거래 의도를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나왔을 때,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한쪽이 어떤 실질적 양보도 없이 협상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는 협상 결렬의 배경에 양측이 근본적인 양보를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있음을 시사한다. 협상이 결렬되었지만, 6주 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중폭격으로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양측이 직접 대면하는 고위급 협상 자체가 이루어진 것은 진전의 신호로 평가된다.

이란 국회의장이자 영향력 있는 군부 지도자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이란 대표단을 이끌고 밴스 부통령과 직접 만나 악수했으며, 두 고위 이란 관계자는 협상 분위기가 우호적이고 차분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단절된 외교 관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직접 대면 협상이다. 당시 이란의 새 지도부는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고 미국 외교관들을 인질로 잡았으며, 이후 이란은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로 양국 간 적대 관계를 심화시켜왔다. 존스홉킨스 대학 이란 전문가 발리 나스르 교수는 "이것은 미국과 이란 간 가장 심각하고 지속된 직접 협상이며, 양측의 전쟁 종료 의도를 반영한다"며 "명확히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고 평가했다.

협상 과정에서 양측은 4월 7일에 도달한 2주간의 휴전이 레바논에서의 전투에도 적용되는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으며, 이 문제가 회담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뻔했다. 미국과 이란 양측은 협상 전 공개 성명을 통해 여러 중요 현안에서 입장 차이가 크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직접 대면하여 협상을 진행한 것 자체가 수십 년간의 적대 관계를 넘어 대화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외교적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비록 즉각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양측 모두 전쟁 종료에 대한 진지한 의도를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