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휴전 하루 만에 균열…호르무즈 해협 통행 놓고 첨예한 대립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합의한 휴전이 하루 만에 위기에 처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둘러싼 양국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휴전 자체가 결렬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합의한 2주간의 휴전이 시작된 지 불과 하루 만에 주요 쟁점에서 심각한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이 팽팽한 대립을 벌이면서 휴전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휴전 후에도 계속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불만을 표출한 이란이 해협 폐쇄를 경고하고 대체 항로를 제시하면서, 사실상 자국 통제 아래 제한적 통행만 허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이란의 하루 된 휴전이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8일(현지 시간) 휴전 후에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계속하자 강경 입장을 표명했다. 해협을 통한 모든 선박 통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란은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를 하루 최대 15척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9일 보도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란이 자국이나 우호국 선박에는 무료 또는 낮은 비용을 부과하되,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연계된 국가의 선박은 차단하는 차등 체계를 구축 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향후 통행료 부과와 선박 선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며, 호르무즈 해협을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이란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조치다.
미국은 이란의 도발적 행동에 즉각 대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인 트루스소셜에 이란 인근에 배치된 미군 함정, 항공기, 무기 체계 등이 "진정한 합의에 도달해 완전히 이행될 때까지 그대로 머물 것"이라고 명시하며 강한 압박 신호를 보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더욱 직설적으로 "이란이 해협을 열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우리의 조건(휴전)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밴스 부통령은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의 협상에 나서면서도 "다시 전쟁으로 돌아갈 선택지도 있다"고 거들어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미국이 휴전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되,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군사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 테이블을 마주하기 앞서 각자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압박 전략을 구사하는 것일 수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휴전 결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해상 통로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생명줄이다. 해협 통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제 유가 급등과 글로벌 경제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양국의 강경한 입장 표명이 실제 협상 과정에서 완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휴전이 형식적 수준에 머물 위험성이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미-이란 휴전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아직은 미-이란 휴전 결과를 낙관하긴 이르고, 순조롭게 협상이 이루어진다 해도 전쟁의 충격이 상당 기간 계속될 우려가 높다"고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이는 한국 정부가 현재 상황을 매우 긴장 상태로 보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가 재개 협상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미-이란 협상의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경제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