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유예 연장에도 '가격 차이' 벽…부동산 거래 여전히 부진
정부의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부진한 상태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심각한 가격 격차와 대출 규제로 인해 거래량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전문가들은 추가 매물 증가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할 경우 중과에서 배제하는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매물 증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매도 기간이 연장되면서 일부 추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심각한 가격 격차와 대출 규제라는 구조적 문제가 거래 활성화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고가 주택 시장에서는 이미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된 상태로, 추가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공인중개사들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거래 부진이 심각함을 지적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 매물은 거의 다 나와 있는데 매도자와 매수자 간 원하는 가격 차이가 커서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34평형의 경우 매수자는 35억 원 이하를 원하는 반면 매도자는 37억~38억 원을 부르고 있어 2억~3억 원의 가격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또 다른 중개사도 "팔 사람은 다 팔았고, 매물도 나올 건 다 나온 상태"라며 "대출 규제 영향으로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없이도 비싼 집값을 지불할 수 있는 자금력이 있는 경우에만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부동산 거래량 통계는 시장의 심각한 침체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8533건에서 올해 3월 4186건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강남권 주요 구별 거래량도 동시에 악화되었는데, 강남구는 286건에서 108건으로, 서초구는 218건에서 73건으로, 송파구는 603건에서 197건으로 각각 급락했다. 이는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 같은 정책 수단만으로는 근본적인 거래 침체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거래량의 급감은 가격 격차와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한 장애물인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부동산대학원)는 강남권의 집값이 당분간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주택자의 추가 매물에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으로 나오는 매물까지 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급매물은 거의 팔린 상황이지만 시간이 연장된 만큼 매물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부동산 거래의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특성상 이번 조치로 매도가 급격히 늘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존 매물을 좀 더 여유 있게 소화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매물 감소 흐름을 완화하고 강남권 가격 안정에도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매물 증가를 크게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외곽 지역 중심의 가격 상승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추가 매도 유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비거주 1주택자가 세입자 거주 상태의 집을 팔 수 없는 문제와 관련해 시행령 개정 검토를 지시했다. 현행 규정상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다주택자는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팔 수 있지만, 비거주 1주택자는 그럴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는 다주택자뿐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도 나올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현재 7만6631건으로, 지난달 21일 8만건을 넘어선 이후 전반적인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책 보완책이 실제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