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탈출 사고 5년 만에 반복, 안전관리 체계 붕괴 신호
대전 오월드에서 늑대가 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같은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해 사살된 사건 이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면서, 국내 동물원의 안전 관리 체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 실태조사에서 동물원 26%가 안전 개선 대상이고, 절반 이상이 동물복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오월드에서 늑대가 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내 동물원의 안전 관리 체계가 근본적인 개선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발생한 늑대 '늑구' 탈출 사건은 2018년 같은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해 사살된 사건 이후 7년 만에 벌어진 유사 사고로, 당시 적시된 문제점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까지도 동물원 인근 산지에서 늑구를 수색 중이며, 귀소본능을 활용한 토끼몰이 방식의 유인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생 수컷 늑대 늑구는 동물원 우리의 땅굴을 파고 탈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동물원 측이 자체 포획을 시도하다 실패한 후 약 50분이나 경과한 뒤에야 당국에 신고했다는 점이다. 이는 초기 대응 시간을 낭비하게 되어 사태 확산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과실이다. 대전 오월드는 2002년 개원 이래 92종의 동물을 전시 중이었으나, 이번 탈출 사고는 동물원의 안전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018년 같은 동물원에서 발생한 퓨마 탈출 사건은 더욱 비극적인 결과로 끝났다. 암컷 퓨마 '뽀롱이'는 우리를 빠져나가 동물원 내 풀숲에서 발견됐지만, 마취총을 이용한 생포 시도가 실패하면서 결국 탈출 4시간 30분 만에 사살되었다. 당시 감사 결과는 총체적인 부실 관리를 드러냈다. 사육장 출입 시 2인 1조 원칙이 있었음에도 보조사육사 1명이 혼자 들어갔으며, 2개의 출입문 중 안쪽 문을 잠그지 않은 채로 나온 것이 탈출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8시간 30분이 지난 후에야 퓨마 4마리 중 1마리가 사라진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으로, 일상적인 관리 체계가 완전히 붕괴되어 있었음을 의미한다.
동물원의 안전 문제는 비단 대전 오월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3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 '세로' 사건도 동물원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를 보여준다. 2019년생 수컷 그랜트 얼룩말 세로는 2021년과 2022년 부모가 노화로 사망한 후 혼자 남겨져 외로움과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의 키보다 큰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했다. 세로는 광진구 일대 주택가를 누비다가 탈출 3시간 30분 만에 포위되어 동물원으로 돌아왔다. 이 사건은 단순한 안전 관리 부실을 넘어 동물의 심리 상태와 복지 문제까지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제2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에 따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5월 실태조사에서 사자, 호랑이, 퓨마, 곰 등 육식 동물과 코끼리, 코뿔소 등 대형 초식 동물이 사는 24개 동물원의 174개 동물사 중 26%인 46곳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신속한 개선이 필요한 상태로 판정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동물복지 실태 조사 결과다. 조사 대상 116개 동물원 중 동물 복지 점수가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인 곳은 단 4곳에 불과했으며, 50점도 못 받은 곳이 50곳에 달했다. 이는 국내 동물원 절반 이상이 동물복지의 기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사건의 본질적 피해자는 늑구라고 지적하며, 동물이 우리에 갇힌 것도, 도시로 내몰린 것도 모두 동물의 의지와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동일한 사고의 반복은 국내 동물전시 시스템의 한계와 무능을 증명한 것'이라며 '동물의 서식과 복지를 고민하는 대신 관람과 소비 중심으로만 운영되는 동물원 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히 안전 시설 개선을 넘어 동물원의 존재 목적과 운영 철학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향후 동물원 정책 수립 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