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제 제도화…하루 10척 제한·통행료 부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루 통과 선박을 10척 수준으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할 계획이며, 전쟁 이전 135척에서 4척으로 급감한 통행량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휴전 합의 이후에도 이란이 세계 에너지 수송의 생명줄인 호르무즈 해협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아랍권 중재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체결된 2주간의 휴전 기간에도 하루 통과 선박을 약 10척 수준으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한 임시 조치가 아니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제도적으로 확립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현황은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에너지 정보업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휴전 선언 직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단 4척에 불과했다. 이는 전쟁 이전 하루 약 135척이 통과한 것과 비교하면 97% 감소한 수치로, 국제 해운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심각함을 의미한다. 현지 매체들은 휴전 합의 발표 후에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지속되고 이란이 보복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해협 통행이 다시 중단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란이 추진 중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 체계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차별적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모든 선박에 자국의 정예 군사조직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의 사전 조율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통행료는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납부해야 한다. 자국 또는 우호국 선박에는 통행을 허용하거나 낮은 비용을 부과하는 반면,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연계된 국가 선박은 차단하는 차등 체계를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행료는 선박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데,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해운업계 설명이다. 또한 이란은 선박들의 운항 경로도 제한해 기존 항로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게슘섬과 라라크섬 사이의 좁은 통로를 통해서만 오만만으로 빠져나가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란의 이러한 조치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 해협에 해당하는 호르무즈는 운하와 달리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통행료 부과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란은 자국이 설치한 기뢰를 피하기 위해 혁명수비대의 승인과 안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통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미국이 '자유로운 항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무선 교신을 통해 혁명수비대 승인 없이 해협을 통과할 경우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란 의회도 통행 승인과 수수료 부과를 포함한 새로운 해협 관리 방안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통행료 수익을 오만과 분담하는 방안도 제시했으나 오만은 아직 동의하지 않은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초래할 수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물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에너지 시장의 요충지다. 이란이 통제권을 본격적으로 행사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동 산유국들과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일부 통행료가 중국의 위안화로 부과되는 점은 서방의 원유 시장 영향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이란이 명확한 안전 보장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선박 운항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