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갇힌 한국 선박 26척, 휴전 후에도 '운항 자제' 계속
호르무즈해협에 갇힌 한국 선박 26척(탑승 인원 587명)이 미국-이란 휴전 합의 후에도 여전히 운항 자제 권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이란 간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 불명확해 선원 안전이 충분히 보장될 때까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해운업계도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한국 정부와 해운업계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는 한국 선박 26척과 탑승 인원 587명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서는 미국과 이란 간 합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확해져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한국인 136명과 외국인 451명이 탑승한 이들 선박은 원유 운반선 9척, 석유제품 운반선 6척, 가스 운반선 2척 등 다양한 유종의 화물선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지만, 미국과 이란 간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 아직 불명확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8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우리 선박의 통항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사와의 협의 및 관련국과의 소통을 가속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외교부는 양국이 각각 휴전을 공표했지만 일치된 공동 합의문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호르무즈해협 개방의 구체적인 성격과 조건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외교부 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2주 동안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통행은 이란 군 당국과의 협조 및 기술적 제약을 고려하는 조건 아래 가능할 것"이라며 '조건부 허용'을 시사해, 완전한 자유 통항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통행료 징수와 혁명수비대의 호위 방식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통행료 지급 방안은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제 통항 재개 시 어떤 형태의 협력이 필요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외교부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완전하고 자유로운 통항이 가능한 상황인지 현재는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이란과의 양자 소통을 포함해 다각도로 구체적인 통행 조건을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는 선사들과의 협의 결과 일단 운항 자제 권고는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해운업계도 선원 안전이 충분히 보장될 때까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선원 안전이 담보된 상황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대응과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정부의 명확한 지침을 요청했다.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 일대에 갇혀 있는 선박이 약 2천여 척에 이르는 상황도 선박의 신속한 통과를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일대에 발이 묶인 배들이 2주 안에 모두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적 긴장과 이란의 통제 체계, 해협의 병목 현상 등을 종합하면 실제 선박의 통과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호르무즈해협 상황은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합의가 실질적인 통항 재개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구체적인 통행 조건과 안전 기준을 파악하고 있으며, 해운업계는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 26척의 한국 선박과 587명의 탑승 인원이 안전하게 귀환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이란 간 합의가 실제 운영 수준에서 어떻게 구현될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